Persona 페르소나(1966) : 그래서 누구시죠?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by 베로니카 Veronica




살다 보면 이해 안 되는 영화가 많다. 사실 이해를 하고 말고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의 문제. 그리고 진짜 문제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마땅히 느낀 감정이 없다.


그래도 나름 브런치에서 작가 호칭을 달아주지 않았는가. 나라고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명색이 영화 후기를 쓰는 공간에서 뭐라도 뚜렷하게 적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바로 이것이 내가 나아갈 방향이라 느끼기도 했다. 모두가 이동진 영화 평론가처럼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작품을 해석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렇다면 내가 써야 할 글은 솔직해야 했다. 어쭙잖은 지식으로 말도 안 되는 해석을 늘어놓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모르면 모르겠다고 말을 해야 했다. 더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영화에 어떤 무시무시한 뜻을 퍼즐처럼 숨겨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후에 일일이 검색을 하거나 공부를 해야만, 비로소 어떤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고, 그제야 말도 안 되는 스토리가 개연성을 가지는 영상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나에게 이해가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데이비드 린치를 숭배하다시피 좋아하는데, 그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뽑자면, 숙제를 내주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감독인 그 또한 해석을 내놓지 않고, 굳이 이해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던지. 세상에는 이해 못 해도 되는 영화가 많아야 한다. 이미 현실에서도 이해 못 할 일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힘을 쏟던가?



그러니 이번에 본 영화 페르소나 (1966)에 대한 마땅한 후기는 없다. 후기로 생각하고 여기까지 글을 읽게 된 독자가 있다면 사과하겠다. 영화리뷰, 영화감상 따위의 태그를 달아뒀으니 내 잘못이 크다. 다만, 나에게는 아무 감정이 없는 영화도 여러분들에게는 다를 수 있으니, 꼭 한번 감상했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다르고, 영화도 모두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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