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에 관하여 #05
페르소나(persona)는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원래 페르소나는 그리스의 고대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는다. 이후 심리학적인 용어로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이 만든 이론에 쓰이게 되는데 그는 인간은 천 개의 페르소나(가면)를 지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관계를 이루어 간다고 주장한다. 페르소나를 통해 개인은 생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반영할 수 있고 자기 주변 세계와 상호 관계를 성립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페르소나 안에서 자신의 고유한 심리구조와 사회적 요구 간의 타협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사회적 요구에 적응할 수 있게 해 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게 된다.
위키백과에서 정의하는 페르소나를 가지고 왔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보이는 수많은 가면들이 있다. 그 가면이 한두 개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수 백개, 수천 개가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끝없이 상황에 따라 끌려다니는 사람들에겐 더 많은 가면이 필요할 테니깐 말이다. 나처럼 말이다.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굳이 더 친절해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더 해맑게 웃을 필요는 없으니깐. 내 마음이 그 표정과 똑같은 마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내 마음은 울고 있는데, 굳이 웃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배려하려는 걸까. 그건 미움받고 싶지 않은 서글픈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뫼르소와 같은 이방인이 되고 싶다.
가만히 누워만 있고 싶을 때, 나는 무엇을 피하고 있는 걸까?
데이 근무는 출근부터가 난관이다. 적어도 5시 50분엔 일어나서 준비하고 6시 10분 안에 나가야 하는데, 일어나는 것부터 부담감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불면증이 심해서 잠을 깊게 못 자기에 다음날이 데이 출근이면 조금 더 일찍 수면제를 복용한다. 그런데 입면까지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그러다 보면 실질적으로 나는 3 - 4시간을 자고 출근을 하는 것이다. 아침은 너무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서 움직인다는 그 자체가 너무 사람을 힘들고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데이 근무가 가장 싫다. 데이 출근을 제외하면 이브 근무, 나이트 근무 때는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잠을 잔다. 신경안정제를 먹고 자고, 스틸녹스를 먹고 잠을 잔다. 가만히 누워만 있고 싶을 때, 나는 내게 쥐어진 많은 현실들을 피하고 싶다. 수없이 정해져 있는 아내라는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딸이라는 이름으로, 직장이라는 이름으로서 내게 쥐어진, 당연히 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 버겁다. 비록 내가 완벽하게 해내고 있지 않고 부족한 점은 너무나도 많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내 몸 하나도 힘든데 주변을 돌아보면 더 눈이 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