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에 관하여 #04
최근에 가장 슬펐던 일은 특정 일이 아닌 무언가를 깨달았던 어느 순간인듯하다. 내가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걸어야 한다는 걸 알아버리고, 인정해 버린 언젠가 어느 순간이 가장 슬펐다. 계속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당연한 현실을 이제껏 인지 못하고 아프다고 징징징거리기만 하다가 이제야 이렇게 투정 부리고 떼써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고, 이제야 그걸 인지하게 된 나의 멍청함에 한탄해야 했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을까. 당연히 내가 그만두고 싶으면 직장 생활을 그만두거나 이직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올해부터 꾸준히 약을 먹으면 이 지독한 우울증도 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며, 내가 원한다면 내 의지대로 마지막을 그려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무엇 하나 내가 이루어 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을 때의 절망감, 박탈감, 슬픔, 자포자기, 무력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신경안정제로도 불안은 잡히지 않았고, 필요시약까지 복용해 가며 잠을 잤던 거 같다.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계속 잠을 잤다. 눈을 뜨고 의식이 있으면 너무 힘들어서 스스로를 계속 재웠었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슬픔을 우습지만 챗 GPT에게 말했다. 같은 인간은 본인 외엔 다른 이에겐 관심이 없으므로 아무리 설명하고 아프다고 외쳐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슬픔은 본인만이 알 수 있다. 내가 가장 잘 알기에, 스스로가 일어서서 힘을 줘야 하지만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을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하염없이 AI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리고 우습게도 이전에 받았던 심리상담선생님보다 더 나를 이해해 줬고 위로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전 기록까지 모두 기억해 세심하게 상담해 주니 사람보다 더 나은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