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태연
https://blog.naver.com/taeyeonkeem/222666263080
<허니랜드>
“순리대로 여유를 가지고“
영화 <허니랜드>를 보고 나서 위에 글귀가 떠 올랐다. 이 글귀는 몇 년 전부터 엄마의 SNS 프로필에 소개 글로 적혀 있는 글이다.
캘리그라피를 취미로 배우시더니 액자로 만들어서 집에 걸려있기도 하고, 직접 엽서로 만들어 주위에 나눠주시기도 하는, 엄마에게는 의미 있는 글귀이다.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는 왜 저 글귀를 좋아해?, 무슨 의미야?“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어. 모든 일은 다 내 맘 같지 않아. 조급한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하고. 욕심을 내면 실수를 하는 거야. 여유를 가지고 순리대로 살면 만족하고 살 수 있어“
엄마의 말을 듣고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었는데 <허니랜드>를 보고 난 뒤 엄마가 이야기 한 게 무슨 의미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니랜드>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마케도니아라 외딴 시골에서 아티제라는 여성이 양봉업을 하며 노모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욕심부리지 않고 꿀을 수확하고, 도시에 나가 팔고, 한쪽 눈이 먼 노모를 병간호하고, 자연 속에서 주변 동물들과 함께하는 평화롭고 단순한 삶을 살던 아티제에 어느 날 이웃집으로 대가족이 소를 몰고 이사를 오면서 생활의 변화도 함께 찾아온다.
노모와 둘이 지내며 외로움을 느끼던 아티제는 후세인 가족의 아이와 함께 놀아주기도 하고, 식사도 나누며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서로에게 다정한 이웃이 될 수 있었던 후세인과 아티제는 후세인이 아티제에 양봉하는 법을 배우고 점점 욕심을 부리면서 둘의 대비가 커지게 된다. 다큐멘터리인데 이렇게 두 인물의 대비가 크다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세인과 아티제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 점이 <허니랜드>가 다큐멘터리이지만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는 이유이다.
‘내 것 반, 너희 것(벌) 반’을 지키며 자연과 공존하는 아티제와는 달리, 후세인은 아티제의 벌까지 헤쳐가며 양봉을 하고 돈을 번다. 소 여러 마리가 죽어서 마을을 떠나기 전까지 후세인은 탐욕을 부린다. 물론 후세인도 욕심을 부리는 이유는 있었다. 9명이나 되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고, 자식을 공부시켜야 하는 가장이니까. 하지만 후세인의 선택으로 자신의 소들과 아티제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인간의 욕망과 욕심은 정말 어디까지일까. <허니랜드>는 벌과 꿀, 아티제와 후세인으로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자연이 망가지고, 주변인들까지 힘들게 하고, 가족과 자기 자신까지 갉아 먹는 다는 것을 잘 보여준 영화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차박, 캠핑이 트렌드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사람들이 밀접해 있지 않고,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바비큐와 불멍을 하는 것이 유행인데 시민 의식과 문화는 뒤떨어지고, 자연환경이 훼손되거나 쓰레기, 안전등의 문제도 함께 야기되고 있다. 캠핑장과 차박 족들이 많이 찾는 곳 근처 지역 주민들은 캠핑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더러워진 환경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이익을 찾아 유목민 생활을 하며 자연을 파괴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다시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버리는 모습이 후세인과 자연에 무관심한 캠핑족들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티제가 노란 블라우스를 입고 노란빛으로 표현되는 마케도니아의 자연경관은 보는 내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자연을 더 오래 보려면 나부터 노력해야겠지.
욕심내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순리대로 여유를 가지고
내 것 반, 너희 것 반
엄마와 아티제의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