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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May 08. 2017

자전거 타는 날 - 휴스턴 그랜드 크라이테리움

하늘은 그림처럼 예쁘고, 햇살은 따가운 오월의 주말

자전거 타기를 사랑하는 동네 사람들은 모두 시내 앨란 파크 웨이에 모여들었다.

남여별, 연령별, 도로 위에서의 경주가 펼쳐진 날.



새해 첫 주에 작은 아들은 뜻하지 않은 교통 사고를 당해 한 달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고

그 뒤로 두 달간은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다. 석 달간의 침묵 끝에 지난 달 중순에서야 완쾌 판정을 받았다.

잃어 버린 석 달을 아쉬워하며, 레이싱에 투지를 불태우는 아이를 데리고 연습을 다니고 경기에 참가 하는 일은 내게도 무척이나 큰 즐거움이다.  

아이가 일시 장애인 신세가 된 그 석 달 간은 미국 교육의 장애인 우대 정책을 여실히 확인할 기회였으니. 학교와 이웃으로부터 아이가 사랑받고 존중받는 존재임을 확인 할 기회이기도 했다. 어떤 선생님은 급우들로 부터의 격려와 응원 메세지가 담긴 포스터를 들고 직접 병원을 방문하시기도 했도, 오케스트라 선생님 역시 직접 만든 귀엽고 재미있는 포스터에다 친구들의 정성 가득한 포스터 그리고 즉석 펀드레이징을 해서 선물 보따리를 집으로 보내 오셨다.


저녁에 들어간 응급실을 통해 입원을 한 다음 날 아침, 카운슬러로 부터 전화가 왔다. 상황을 묻고 부모가 학교에 보고해야 할 내용과 절차들을 알려주었다. 그로부터 카운슬러는 일주일에 한번씩 전화를 걸어 필요한 것이 없는지 아이의 맘 상태는 어떤지를 묻고 세심한 배려의 손길을 아끼지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 아이를 라이드하며 휠체어를 차에 싣고 내리기는 못할 일은 아니지만 휠체어의 무게로 좀 힘에 버거운 일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애인용 특별제작된 스쿨 버스가 아이를 등교시키러 온 것이다. 화려하고도 다정한 제스춰의 버스 드라이버 아주머니와 또 가이드 아주머니가 한 분 타고 있었다. 조그만 몽당연필 같이 귀여운 그 버스의 뒷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 같은 승강대가 지이익~~~ 내려와 아이를 휠체어테 싣고서 스르르르 버스 위로 올라갔다.

참 놀라워라. 힘들고 지친자들을 위한 이 사회의 배려는.. 카운슬러의 세심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시 장애인의 처지가 된 작은 아이가 심적으로 괴롭진 않은지 급우들이 혹시나 아이에게 험한 말을 하지는 않는지 살피기도 했다. 잠깐의 통화가 있은 며칠 후 아이에게 친구들의 변화에 대해 넌즈시 물으니, 이전엔 말썽꾸러기이던 누구 누구가 왠일인지 자기에게 엄청 친절하고 착해졌다는 말을 전한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다하는 카운슬러가 고마와 거액을 들여 거대한 꽃다발을 답례로 보냈다. 내가 평생 보낸 꽃다발 중 가장 의미있고 감사한 화환으로 기억될 것같다.


모순되게도 캐나다나 미국이나, 북미의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길은, 곤경에 처하거나 일시 장애를 겪거나 그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경험해 볼 때이다. 평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땐 경험할 수 없었던 도움과 지지의 손길에 둘러 쌓이게 된다. 덕분에 아이도 덜 힘들게 지난 석달을 버틸 수 있었다..


강아지들도 신나 신나 ...


경기가 펼쳐진 시내의 주요 도로는 버팔로 바이유를 따라 길게 난 길이다. 시내 정중앙을 관통하는 바이유는 여트막한 계속을 형성하고 주변으로는 텍사스 들꽃들이 가득한 언덕이 펼쳐져 있다. 고국에서 연일 들려오는 미세먼지와 공기 오염의 공포에 암울해진 마음은, 오늘처럼 예쁜 하늘 맑은 공기에 대한 감사로 바뀐다. 하지만 맑은 하늘이라고 안심할 것은 아니고, 오존 농도가 높아지는 날에는 두통을 앓는다. 사막에 표류한 사람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탈수도 아니고 허기도 아니고 오존 농도에 의한 두통때문일것이라는 생각 마져 든다. 한국의 하늘이 어서 빨리 옛날의 티끌 하나 없던 푸른 하늘로 되돌아 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


소년팀 출발선에 입장.

게임의 룰은 30분간 전력질주.

선수들은 바람을 가르며 따로 또 같이 경주를 시작한다.  



우리 팀의 막내 선수는 핑크빛 헬멧을 쓴다. 이제 여덟 살 난 소녀 죠시.

세 발 자전거가 어울릴 것 같은 가늘가늘한 체격이지만 언니 오빠들과 함께 똑같은 포즈로 레이스를 한다.



삼 개월 만에 레이스를 시작한 우리 둘째.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속상해 하지만 네게 위로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팀의 대장 형아와 동료들이 있다.

"근데 이 힘든 경기를 왜 하는 거니 대체?"라고 묻고 싶어지는 엄마도 있는데,

경기는 꼭 이기기 위해서만 하는 것은 아니쟎니 아들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최선을 다해 달린 시간..

경험들이 쌓이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오늘의 경주도 너를 키워준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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