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바다 Oct 23. 2017

세번째 철인 삼종 경기

Houston, we have no problem tonight.

Houston Asros advance to world series!


어젯밤 휴스턴 아스트로스는 뉴욕 양키즈를 맞아 펼친 홈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하고 사상 두번째로 월드시리즈로 진출하게 되었다. 다음주 경기는 24일 엘에이 다져스와 엘에이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오랫만에 방방뛰며 함성을 질러 본 저녁이었다. 주말 저녁 집에서 간단히 식사 후 남편과 드라이브를 나선 길에, 집 앞 고속도로 주변으로 전과 달리 번화해진 것이 눈에 띄었고 그 중에서도 네온을 밝힌  oyster bar가 눈길을 끌었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차를 돌려 들어가 보았다. 오이스터와 맥주를 주문해 놓고 화면을 바라보니 아스트로스 대 양키즈의 흥미진진한 야구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스트로스의 오랜 팬인듯한 옆 테이블의 그룹들은 팀에 대한 자신들의 애정을 져지셔츠 사이즈로 증명하려는듯 푸대자루 같은 혹은 원피스 사이즈의 아스트로스 져지셔츠를 입고서 "Astros~~~~~!!!"를 외치고 있었다. 호세 선수는 솔로 홈런을 쳐서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다. 역시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의 기량을 펼쳐보여주었다. 푸대자루 사이즈의 져지를 입은 아저씨와도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하이파이브를 해대었다.    


집에 돌아와 경기를 마져 보았는데, 승리가 확정되자 마자 이웃집에선 축포를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열렬한 야구팬이었던 적은 없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적엔 야구장엘 종종 가서 아스트로스를 응원하곤 했었으므로, 아스트로스가 뉴욕 양키즈를 맞아 홈경기를 펼치고 있는 것은 눈이 번쩍 떠지는 일이었다. 남편의 회사에선 일년에 한번씩 아스트로스의 홈구장인 minute maid park 의 2층의 부스를 빌려 가족동반 파티를 열곤 했었기에, 이 팀에 대한 은근한 애정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싹 텃던가 보다. 회사 파티가 아니더라도 경기가 있는 금요일에는 종종 불꽃놀이 구경을 가기도 했었다. 금요일 경기가 끝난 후에는 정말 지겹다 싶을 정도로 긴 시간 축포를 쏘아대는 행사가 있었기에,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금요일 경기를 종종 찾아가곤 했었다. 국경일도 아니고 독립 기념일도 아닌 평일 저녁에 이렇게 에어컨디셔닝이 완벽하게 갖춰진 야구장에 앉아 지붕 열고 진행하는 불꽃놀이를 지겨워질 때까지 즐기는 도시라니 흥미진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군...이라는 생각도 들곤 했다. 야구장에서 나쵸와 핫도그를 먹는 일은 재미있었다.       


J's third year Triathlon


그리고 오늘 아침, 작은 아이는 철인 삼종 경기에 출전을 했다. 열 세살 생일 이후 3년 연속 참가를 기록하는 셈이다. 예년에 비해 올해는 일출시간이 늦었던지 경기 시작 시간인 7시까지도 사방이 어두웠다. 예년엔 경기가 시작할 시간에는 적당히 싸늘한 대기에 청명한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너무나 예뻤는데...

    아이가 1라운드 수영을 마치고 바이크를 타고 출발할 무렵, 바람이 몹시 불기 시작했고 비가 내릴 징후가 보였다. 차를 돌려 집으로 가 뜨거운 차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방수자켓,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이벤트 장으로 되돌아오니 대부분의 선수들은 장대비 속에서 마지막 라운드 트랙을 돌고 있었다. 아 굉장한 날이구나. 굉장한 기억으로 남는 이벤트가 되겠다 생각하며 아이가 있으리라 짐작되는 시상식장으로 달려가니, 아이는 이미 경기를 마치고 메달도 하나 목에 걸고 비에 젖은 채 걸어나오고 있었다. 난데 없는 장대비를 맞아 정신이 홀딱 나간것 같아 보이는 아이를 담요에 둘둘 말아 피트니스 센터로 데려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게 했다. 뜨거운 샤워로 몸을 녹이고 나서 뜨거운 차를 마시게 할 때까지도 아이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몸을 말리고 나서 차로 데려왔더니 정신이 조금 돌아온듯, "일기예보에는 아홉시 이후 비올 확률이 40% 밖에 안된다고 했는데 일곱시 반 부터 비가 왔어... 바람도 세게 불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일기예보가 거짓말했다." 고 중얼 중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오전 아홉시.   



    아이가 열 세살이 되던 그해 가을, 생일파티를 어떻게 열어줄까 하고 물었더니 생일 파티 대신 열 세살이 된 기념으로 철인 삼종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등록을 해달라는 청이 돌아왔다. 수영을 시작한지 여러해 되었는데,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더니...... 수영을 가르쳤더니 철인 삼종을 나서겠다는 열 두살을 막 지나 열 세살 생일을 맞은 아이는 참 대견하고 귀여웠다.

    그 해 여름을 하와이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할아버지로부터 로드 바이크를 생일 선물로 받아온 아이였다. 그 생일 선물을 들고 첫 철인 삼종에 출전을 한 것이다. 수영하고 자전거타고 달리는 세 경기를 연속해서 하는 이 경기는 성인들은 취미로 꽤나 많이 하는 운동인데 10대의 청소년들의 참여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어쩌다가 왜 이런 운동이 그렇게 하고 싶어졌는지...



해마다 경기 참가자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 위치에서, 가을이 왔음에도 여전히 하늘에 예쁜 그림을 그리는 구름과, 차거운 공기와 대조되는 따뜻하게 데워진 수영장을 사진에 담는 일은 즐겁다. 눈 앞의 풍경을 기분좋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10월 중순의 싸늘한 날씨에 almost naked 로 수영하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는 풍경이 연출될 수 있는 문명화된 지역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몇 안될거란데 생각이 미치고 그러다보면 여름의 지긋한 더위조차 그리워지기도 한다. 얼음이 얼 정도로 추운 날은 드물지만 겨울은 역시 겨울인데, 겨울에도 야외 수영장은 매일 저녁 풀가동이다. 그러고보면 여기서는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는" 제약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별로 마음 답답할 일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중학생이던 작은 아이의 두번째 출전이었던 작년에는, 고등학교 Varsity Team의 수영선수인 형아를 설득해서 함께 참여했다. 수영에 관한한 교육청 관할 지역의 확고부동한 드림팀 맴버인 형아는 교내 올림피아드와 디베이트 클럽의 리더를 맡고 있을지언정 너드 성향이 강해서 학교 울타리 밖을 내다 보는 셩격은 아니다. 그러나 호기심과 추진력으로 똘똘뭉친 둘째는 내 취미는 내가 개척한다는 스타일이고 이 아이에게 학교 클럽들은 시시하다. 이 아이의 엄청난 대인관계의 폭은 취미를 중심으로 교감 선생님, 수학 선생님으로부터 동네 50대 아저씨들까지를 아우른다.




작년 경기 시작전. 멀리서 사진찍는 엄마를 발견하고 포즈를 짧게 취해주는 둘째와 그 앞에 무심한 첫째. 아주 청년이 다되었다. 큰 녀석은 올해는 이때보다 2인치가 더 컸고 어깨는 실감나게 넓어졌다. 작은 녀석은 애기같았는데 지금은 엄마 키를 훌쩍 넘어섰다.   



작년에 2등인 줄 알았는데 3등으로 호명되어 기분이 매우 언쨚은 아이.

이곳 사람들은 운동을 일생의 필수요소로 인식하며 생활하는것 같고, 내가 키우는 아이들 역시 본인의 능력과 탈렌트가 무엇이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은 공부를 하는 것이나 밥을 먹는것과 마찬가지로 생활의 필수요소로 인식하고 성장한다. 건강한 삶을 위한 매우 바람직한 습관형성이라 생각된다. 영어로 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니 영양에 관한 정보 역시 왠만한 가정의 만큼이나 습득이 빠르다. 매일 체력의 한계에 부딪칠 때까지 스스로를 단련하고 그 과정을 기록하고 결과에 만족하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자신의 계획을 팔로우업 하는 과정은 어른인 내가 보아도 참 놀라울 정도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결국 인생의 습관 형성인 것이니 엄마가 쓸데 없는 잔소리 하지 말고 스스로 하겠다는 대로 서포트하고 지원이나 아까지 말아야겠다.


케케묵은 구호이자 전혀 실현의지 없었던 한국 교육의 구호 <지,덕,체>의 고른 발달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국의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을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이 중고등생들의 신체를 모두 흐물 흐물한 두부로 만들고 있어요. 지력의 개뱔만큼이나 체력의 개발은 중요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정신건강을 위해서요.











매거진의 이전글 자전거 타는 날 - 휴스턴 그랜드 크라이테리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