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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Aug 07. 2019

행복의 한 가지 이유-얀테의 법칙

덴마크의 행복연구가 마이크 비깅은 북유럽 열풍을 타고 몇 해 전 <휘게-단란하게>라는 책을 써서 한국에도 알려졌는데, 최근 저서 <리케 -행복>에서 덴마크를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국민들의 행복의 지수가 OECD 가입 국가 중 최고를 기록한 것과 관련하여 몇 가지 이유를 분석합니다. 그들의 겸손한 마음가짐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우선적인 이유로 꼽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얀테의 법칙>이 사회가 겉멋 드는 것에 제동장치 같은 역할을 한다는군요. 덴마크인들의 정신의 강령쯤 되는 얀테의 법칙(Jantelov∙Jante Law)이 욕망과 경쟁에 불을 붙이는 과시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고 사회를 차분하게 -냉랭하게 -유지한다고 설명합니다.


얀테의 법칙

1. 네가 특별하다고 여기지 말라.
2. 네가 우리와 같다고 여기지 말라.
3. 네가 우리보다 똑똑하다고 여기지 말라.
4. 네가 우리보다 우월하다고 여기지 말라.
5. 네가 우리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
6. 네가 우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7. 네가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여기지 말라.
8. 우리를 비웃지 말라.
9. 모두가 너를 신경 쓴다고 여기지 말라.
10. 네가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어쩌라는 거야...?)


사람들의 기본자세가 시니컬하고 차가운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거나 과시적 행동을 하는 것이 먹혀들지 않는답니다. 비싼 차를 사면 150퍼센트에 달하는 취득세가 무섭기도 하지만, 비싼 차를 탄다고 그 사람이 우월하다고 여기지 않고, 중요하다고 생각 않고 신경을 안 쓴다는 겁니다. 비싼 차를 탄다면 열쇠로 차를 긁히는 테러를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과소비가 억제된다는군요. 과소비가 불가능하다는 말이죠. 저자인 마이크 비깅은 덴마크 국민들이 경쟁적이고 과시적인 소비행동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냉철하다고 겸손하다는 말을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세금 높은 나라에 살아본 제 경험으로는 45%에 달하는 세금이 너무 높아 소박하게, 별다른 기대 없이,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고 살 수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세금 최고로 50%까지 내는 나라 캐나다에 살아본 경험으로는, 차분하고 불필요한 소비하지 않고 과시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 공감과 이해가 갑니다. 추운 계절이 너무 오래된다는 것도 차분한 소비, 차분한 성격 형성에 한몫을 하지요. 철마다 새로운 유행이 들불처럼 번져가는 다이내믹 코리아, 한국사회와는 무척 대조적이군요.


얀테의 법칙에 다른 이름을 붙여보자면  <당신에게 권하는 꼰대 예방법>, <사춘기 10대들의 십계명>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벌하네요. 소위 갑질이 안 통하는 이유겠지요. 북유럽 국가 국민들이 땅을 산 사촌에게 냉소를 보낸다면, 한국 사람들은 질시로 답하는 것 같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사회는 갑질에 취약합니다. 21세기 초반 한국 사회의 가치체계는 무엇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연구해 보고 싶군요. 정말로...한가자씩 답 해주실분 ?


북유럽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미국 사회가 상대적으로 부를 요란하게 과시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경제적 기반이 북유럽과는 반대로 설계되어 있으니 (취득세가 만만하고 소비가 개인의 신용도를 높이는 사회이니) 쓰고 싶은 자는 경제적 부를 과시할 자유가 있는 것이고, 비교우위를 점하는 타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와 자세는 제가 느낀 바로는 스칸디나비아 인들과 비슷합니다. 이웃이 땅을 사던 말던 미국인들은 정말 냉소도 질시도 안 보냅니다. 자기들 취미생활하느라 바빠서... 상관 안 하는 것 같습니다. who cares 이러죠.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은 자유시 형식의 서사시 풀잎 <Leaves of Grass> 1855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미합중국의 정신은 그 행정부나 입법부에 있는 것도 아니요, 대사나 작가나 대학이나 교회나 응접실에 있는 것도 아니요, 심지어 신문이나 발명가에게 있는 것도 아니요... 언제나 보통 사람들에게 있다...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 앞에 서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분위기... 그들이 참여하는 무시무시한 의미를 지닌 선거, 그들이 대통령 앞에서 모자를 벗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그들 앞에서 모자를 벗는다는 사실이 미국의 정신은 보여준다...."
무려 170년 전에 근대국가의 시민들의 자아가 이러했다고 합니다.


미국 시민들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이 흑백 간의 대립으로 살 곳이 못된다고 온 세계가 이야기할 때 조용히 흑인 대통령을 것도 두 차례나 뽑은 사람들입니다. 미디어가 힐러리의 완승을 확실시하며 난리 쳤을 때, 내색 않고 조용히 있다가 트럼프 찍은 미국 시민들입니다. 생각없이 사는 것 같지만 기본 원칙에 충실하고 기본적으로 원칙주의자들이고 자신들의 권리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덴마크에서는 한편 좀 재미있게 살자고 반 얀테의 법칙을 내세우는 움직임도 있다는군요.


반 얀테의 법칙


1. 스스로를 믿어라.
2. 너의 특별함을 믿어라.
3. 네 마음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라.
4. 큰 꿈을 꿔라.
5. 선두에 서야 한대도 그 길을 걸어갈 용기를 가져라.
6. 네 빛을 세상에 내보여라.
7. 처음에 실패할지언정 용기를 잃지 말라.
8. 도움을 요청하길 두려워 말라.
9. 반대편을 만났을 때는 가능성을 봐라.
10. 오늘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라.


이건 상당히 미국적입니다. 미국 사람들의 하늘을 찌르는 자존감의 근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무한 긍정. 세상에 대한 무한 긍정의 힘에 한 표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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