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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Oct 28. 2019

unselfing moments



이제는 일반적인 상식의 수준이 되었지만,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명이 단축된다는 일견 뜬금없고 충격적인 명제에 수긍을 하게 되기까지는 몇 초가 걸렸다. 어제 뉴스에는 미국인들이 하루 평균 앉아 있는 시간이 여덟 시간이라는 내용과 함께, 앉아있는 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해악을 흡연에 비교하는 극단적인 기사도 실렸다. 미국 평균 여덟 시간이라니, 언뜻 납득이 가지 않기도 하려니와, 이는 법정 근무시간과 일치하는데, 조사를 오피스 근무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샘플링 에러이므로 이 기사는 신빙성이 없다.… 그제는 유명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치시는 분이 연구실을 감옥으로 비유한 촌철살인의 솔직한 은유를 섞은 고백적인 장문의 글을 읽고 웃었다. 공감 백배, 맞는 말씀.  소수의 양심적인 죄수들이 감옥 안에서 숙고한 결과로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기도 한다. 책상 앞을 떠나 문 밖을 나서면 세상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하다. 햇살과 바람만으로도… 포르투갈의 페르난도 페소아의 싯구을 떠올린다.

..........때로는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듣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바람이 지나가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태어난 가치가 있구나.

....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몇 평 좁은 공간에 스스로를 유배시키고 우주에 흔적 하나 남기려는 몰두를 이어가는 숨 가쁘고도 지독히 고독한 일은 실로 유배생활에 다름 아닐지도 모른다.


회색빛 겨울의 몇 달을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파스텔톤 푸른 하늘은 싫증 나지 않고 풍성함의 정의를 한눈에 보여주는 구름은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그림이자 일용할 마음의 양식이다.  낮아진 마음과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산책길에선 각자의 이유로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대면한다. 계절의 마법과 기적을 구현해 보이는 식물들과 나름의 이유로 진지하게 바쁜 작은 생명체들과 대면하는 길이다. 외따로 떨어져 핀 꽃송이에 마음이 머무는 일, 눈길을 내게 고정시킨 채 주인을 따라 걷는 천진한 강아지와 눈 맞춤하는 순간들, 작은 새가 만드는 정말 예쁜 소리의 리듬을 따라 해 보는 일, 혹은 그대와 내가 이러저러한 것들에 공감하는 순간들…. 나를 잊어버리고 내 앞에 놓인 존재에게 오롯이 마음을 던져놓는 그 모든 순간의 즐거움을 아이리스 머독은 unselfing의 순간들이라고 정의한다. 1999년에 타계한 영국의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그녀는 자연과 예술의 공통점이 우리에게 unselfing을 가르치는 것임을 지적했다. 불교적 개념의 서구적 언어화 같기도 하다. unselfing을 설명하는 그녀의 문장 역시 unselfing의 순간을 허락한다.


 Iris Murdoch

from <the sovereignity of goodness>1970


Beauty is the conventional and traditional name of something which art and nature share, and which gives a fairly clear sense to the idea of quality of experience and the change of consciousness. I'm looking out of my window in an anxious and resentful state of mind, oblivious of my surroundings, brooding perhaps on some damage done to my prestige.

Then suddenly I observed a hovering kestrel. in a moment everything is altered. The brooding self with its hunt vanity has disappeared. There is nothing now but kestrel. And when I return to thinking of the other matter it seems less important.

…………………….

The self, the place where we live, is a place of illusion. Goodness is connected with the attempt to see the unself, to see and to respond to the real world in the light of a virtuous consciousness.This is the non-metaphysical meaning of the idea of transcendence to which philosophers have so constantly resulted in their explanations of goodness.

“Good is a transcendent reality” means that virtue is the attempt to pierce the veil of selfish consciousness and join the world as it really is. It is an empirical fact about human nature that this attempt cannot be entirely successful.


https://youtu.be/Reiqwbo4b7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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