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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Oct 31. 2019

8. 남과 여의 공감 차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나는 뇌구조 


 95도를 웃도는 한증막이 된 우리 가라지에는 오늘 systemizing brain 의 대표적 사례와 empathizing brain의 극단적인 두 사례가 찾아와 놀고 있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두 아이들이 어쩜 이리 전형적일 수가 있는지 놀라서 기록을 남지기 않을 수가 없다. 인간이 가지는 두 가지 변별되는 사고작용 또는 사고방식을 캠브리지 대학의 베런 코헨이라는 자폐증 연구가가 개념화한 것이 systemizing vs empathizing brain.systemizing brain 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이거나 기계적이거나 기하학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에 심취하고, 논리적 기계적 기하학적 패턴에 집착하고 이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들에는 별로 마음의 여지를 두지 않는 사고 작용 또는 사고 방식을 의미한다. 특히 미묘하고 논리성과는 거리가 먼 인간사의 관계들에 이들의 마음은 열려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심리학적 이해가 없는 일반인들은 이같은 사고작용을 가진 사람들을 말할 때 흔히 대인관계에서 인정머리 없음,  융통성 없음, 주변머리 없음, 싸가지 없음, 성격 나쁨이라는 단어들을 적용한다.  IT업계와 컴사이언스, 과학자들, 엔지니어들 중에 이런 소리 듣는 사람들이 흔하다. 베런 코헨 교수는 systemizing brain 의 극단적인 경우가 아스퍼거나 고기능 자폐증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에  empathizing brain은  퍼지한 상황에서의 대응과 적응력이 뛰어나고 일반적으로 대인관계에 적응적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의사 간호사 교사 심리학자 등의 직업적 성격특성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오늘 우리집에 찾아온   empathizing brain의 첫번째 사례는 딱 맞게 프린스턴 대학의 우드로 윌슨에서 국제 정치학을 전공할 거라고 한다. 인간관계가 확장된 집단 관계 복잡성의 극단이 국제 정치학이 아니라 할 수 없으니.....


첫번째 여자 아이와의 대면은 이러하다. 


 고등학교 졸업반인 큰 아이의 친구들이 소리도 없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거실 입구에 떡 하니 버티고 서있었다. 외출에서 돌아와 주방을 통해 집으로 진입하던  나와 눈이 딱 마주쳐 내가 기절할뻔 놀라게 한 것이다. 짐을 내려 놓고 고개를 돌리니 거실 입구에 백인도 아닌 흑인도 아닌 까무잡잡한 피부에  예쁘장한 젊은 여자애가  떡 하니 서 있었다. 우리집에 낯선사람이 소리 없이 들어오기는 처음이라 나는 정말 기절할뻔 했다. 동원이 친구라고 한다. 이름을 물으니 자주 듣던 이름이라, 친구들 사이에서 그 이름이 보증수표로 통한다는 아이라 반갑기도 했는데, 가슴에 떡 하니 프린세스라고 쓰인 셔츠가 아니라 프린스턴이라고 쓰인 셔츠를 입고 있었다. 졸업을 앞둔 시니어들은 요즘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자기가 가게될 칼리지 셔츠를 입고 다닌다.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어워드 나잇 사진에서 본 그 아이다.  이름을 묻고 인사를 나누다가 그 아이의 인종이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 그 아이의 cultural heritage를 묻기 시작한데서 수다가 시작되었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할 건데, 일단 들어가서는 금융이나 파이낸스로 옮길 생각도 있다고 하고, 부모님 이야기며, 엄마의 직업 이야기, 오빠 이야기, 토론토 사는 친척들 이야기를 줄줄줄....내가 하는 말마다 깔깔거리고 웃어주며 10분 폭풍 수다를 떨었다.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면 똘똘한 여자 아이들이 대게 그러하듯이 이 친구는 empathizing brain의 전형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두번째 남자 아이의 출현


큰 아이의 베스트 프랜드인데, 여러번 보았지만 결코 내게 먼저 인사를 하는 법이 없는 친구다. 절대 눈도 마추지 않는다. 인사를 한다고 해 봤자 하이~ 정도다. 열일곱살 먹은 사내녀석 둘이서 맨날 개미를 잡으로 나가는데 늘 빈손으로 돌아온다. 이 친구는 코넬에 가서 곤충학을 전공할 거란다. 동원이에게 혹시 그 친구 아스퍼거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아스퍼거와 정상을 왔다 스스로 갔다 조절할 줄 아는 친구라는 해괴한 답이 돌아왔다. 이미 학술지에 논문도 몇편 발표하고 학교 사이언스 팀을 스테이트 챔피언으로 이끌기도 했던 너드에 긱이다.  


오늘도 내가 부엌에 있는데 내 등 뒤로 스윽~ 스윽~ 왔다리 갔다리 한다. 아무 인사도 기척도 없이... 내가 찌릿찌릿 계속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도 못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지 할 일만 하고 스윽~ 스윽~ 그림자처럼 슬그머니 들어왔다 슬그머니 나간다. 예절과 에티켓을 중시하는 상식적인 엄마의 은근히 열받는 마음과 systemizing brain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고 있는거라 달래는 심리학적 관점이 엎치락 뒷치락 한다. 곤충학 하겠다는 친구는 정말 내 능력 밖이다. 큰 아이도 한참 말 배울때는 곤충에 심취 했었다. 네 살 때는 bug finder 가 되겠다고 하더니 1학년이 되어 유식해 져셔는 entomologist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그말이 그말인데... 아이가 전공을 좀 큰 스케일로 바꿔줘서 그리고 팀웍을 해야하는 전공으로 바꿔줘서 다시 한번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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