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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Feb 21. 2020

모처럼만의 코트 - 공놀이

지역방송 abc 기상 전문가 트래비스는 금주에 추위가 찾아올 것이라며 지난주부터 호들갑을 떨었다. 영하까지는 내려가지 않았지만 과연 추위가 찾아오긴 했는데, 비를 동반했다. 우중충하다. 와중에도 드라이브웨이의 자목련은 차가운 비를 맞으면서도, 비를 가려줄 잎새보다 먼저 만개하고 있는데....
서너 시간 모니터를 노려보고 나면 글자가 서너 겹으로 겹쳐 보이니까, 눈에 초록색 약을 넣으러 나간다.  오전엔 차가운 비가 내렸기 때문에 드라이빙 레인지의 초록색 눈약은 포기하고 대신 손목을 칭칭 동여매고 코트를 향했다. 발목과 손목의 연이은 부상으로 내가 코트를 포기했던 지난 반년 사이에 친구 메리엔은 매일 아침 코트를 지켰고, 어느덧 pickle ball mania 되어 있었다.  손목과 발목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지켜보던 메리엔은 최근에 메일 아침 텍스트를 보내왔다. 코트로 나와라.... 기다리고 있겠다.... 한 시간쯤    있다. 오버.. 

라켓의 무게는 7온즈 =198 그램. 라켓은 그러니까 계란 네 개의 무게랑 비슷한데, 계란 네 개를  손에 들고 속이  플라스틱 공을 받아치는 일은,   시간 정도는 할만하다. 변해가는 몸상태에 적응하는 중인 나는 날아서 백핸드로 공을 살려내는 것 같은 무리한 짓을 하지 않는 법을 익히는 중이다. 대신  춤추듯이 느긋하게 발을 플로어에서 떼지 않고 오른쪽 ~왼쪽 ~~ 점프는 절대 금물~~ 유산소 운동삼아 느긋하게 팔만 휘둘러 공만 주고받는다. 가장 가벼운 450 그램짜리 골프 클럽으로 바닥에 정지해 있는 딱딱한 공을 후려치는 일보다는 실내의 피클볼 게임이 손목을  혹사하는 일이기도 하고, 다이나믹하고 가벼운 놀이다.  

비 내리는 오전, 경기는 고사하기로 하고 친구 메리엔과 몸풀기만  시간 하려던 참이었는데.... 뜨아... 코트에 들어섰더니 그녀는 한참 경기하느라 바빴고, 옆의  코트에는 세명의 남자들이  사람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정에 없던 시나리오였지만 경기에 돌입하자는 이들로부터 비겁하게 내뺄 수는 없었다. 다행히 지난해  발목을 꺾어지게 만들었던 에릭 씨와는 달리 성격 좋고 젊잖은 사람들이어서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몰고 가지도 않았고, 재미있게 경기했다.

파트너는 오늘 처음 만난 그렉 씨였는데, 키가 크고 과묵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달려와 날아서 점프해서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신기를 보이기도 했는데,  젊잖은 사람이 가벼운 속 빈 강정 같은 공을 그렇게 처리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는  손뼉 치고 신나 했다. 그렇지만 피클 볼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상대편이 말렸다. 재미있자고 하는 공놀인데, 그렇게 안전하게만 가자니... 그렇게 기량 넘치던 그렉 씨는 나를 보고 테니스 선수였냐고 눈을 빛내며 물었는데, 테니스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던 나는 대답하기가 차마 민망했다. 아니요...  7파운드짜리 라켓도 조심해서 휘둘러요. 나중에 듣자 하니 그가 테니스 선수였다고. 독수리처럼 날아서 스파이크는 그래서 나올  있었던 거다.  나도 독수리처럼 날아서 스파이크하는 법을 배우고 싶지만...... 나이 드는 일에 적응 중이라니깐.  이상 점프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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