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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May 01. 2020

stargazing

after sunset in the park


4월 말 밤하늘에선 달님과 비너스가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지는 중이다. 달님과 비너스의 아쉬운 헤어짐이 내게 남긴 선물은 별맹인 내 눈을 띄워준 것이다. 그 헤어짐의 거리가 충분히 멀어 카메라의 한 프레임 안에 둘이 들어오지 않았으나, 맨눈으로 본 별들을 application으로 캡처할 수 있는 기술은 있다.

동네 공원 해진 후 별보러 가는 길
달과 비너스가 함께 있던 시간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의 범위는 생물학적 시간... 좀 더 확장되면 역사적 시간 정도였을 뿐..... 지질학적 시간이라든가 천문학적 시간에는 공감 포인트를 찾아낼 수 없던 내게는 별은 멀고 먼 대상이었다.


너무 멀리 있어 맨눈에 들어오지 않는 별들이 갑자기 선명하게 들어온 것은 달님과 비너스가 이별한 궤적 위에 나타난 쌍둥이 별자리의 pollux와 castor의 머리 두 개  그리고 그들의 발치에서 빛나던 시리우스의 반짝임 덕분이었다. 달은 비너스와 멀어지면서 시리우스와 함께 선명한 삼각구도를 이루었다. 달과 시리우스 사이에는 procyon이, sirius와 venus 사이에는 비틀쥬스 betelgesus가 빨간빛을 반짝이며 단정하고 분명하게 빛나며 별맹의 눈을 띄웠다. 오늘 밤 이들이 이룬 삼각형의 크기만큼 내일은 지구가 좀 더 평화로워졌으면....

푸르게 빛나는 시리우스와 빨간 비틀쥬스와 노란 비너스가 삼각형의 밑변을 이루었고 달은 환한 꼭짓점. constellation은 예쁜 단어이지만 동물 이름을 가진 대부분의 별자리는 실체의 동물 모양과는 별 상관없어 보였다. 따라서 과장된 이름을 가진 별자리 지도는 관심을 줄만한 대상이 아니었지만 쌍둥이자리는 꽤나 그럴듯하다.


Pollux가 그 유명한 스캔들의 주인공 레다와 백조로 변한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설명은 흥미롭다. 서양 미술사가 그려 낸 수십 가지 버전의 레다와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는 보았으나 그 스캔들의 결과를 오늘 밤하늘에서 보게 될 줄이야. pollux는 조금 붉었고 castor는 조금 푸른빛이다.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고 밤이 내리길 기다리는 마음은 마치 저녁 데이트 나가기를 기다리는 마음 같다. 코로나 시대는 누군가를 이렇게 나이브하게도 만들고, 지상으로부터 시선을 거두어 천상에 고정시켜두기도 하고, 별들에게 말을 걸게도 만든다. 늦게 뜬 카펠라에게 지각쟁이라는 낙인을 찍고 시리우스를 목걸이로 감은 큰 강아지 별자리에게 너 귀엽다는 말도 건넨다. 지금까지 몰라봐 줘서 미안하다고 모든 별들에게도... 말을 걸어보지만, 다행히도 별들은 내게 대꾸를 하지 않는다. 아직은 미치지 않은 거다.


큰 강아지의 꼬리는 유독 환했다 강아지의 목에서 반짝이는 시리우스. 강아지의 시선은 오리온의 어깨에서 반짝이는 비틀쥬스를 향해있다.

오리온의 벨트- 라틴에서는 세명의 마리아로 불리는 별 세 개-와 옷의 끝자락을 장식한 saiph와 rigel은 너무 예쁘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북쪽 하늘에선 작은 곰을 볼 수 있었고, 달의 위에는 regulus를 중심으로 레오가 엎드려 있었다.


https://youtu.be/BwdifWxHKpg

한때 캠핑장에 들고 다니며 이곳의 밤하늘 별을 보던 천체 망원경은 왜 지리산의 시골집 다락방에 잠자고 있는 건지. 여름엔 지리산의 별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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