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바다 May 24. 2020

계절의 증명 사진



젊쟎게 인내심을 다지며 대기중이던 여름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듯 오솔길로 들이닥쳤다. 여름의 저 장중한 구름 군단을 거느리고서....
봄은 여운이 몹시도 길었고, 풀섶에서 잔잔하게 물결치던 인디언 블랭킷과 금계국은 키 큰 들꽃에게 바톤을 넘기고 스라져 갔다. 5월의 막바지. 키 큰 들꽃은 소프라노의 고성같은 우아한 몸짓으로 바람에 흔들리며 여름을 반긴다. 나무 그늘 아래 살짝 비켜서면 가지와 잎사귀를 흘러 내리는 햇살이 싱그럽기가 그지없다.


불꽃의 형상을 가진 붉은꽃은 수직으로 타오르고 하트 모양의 초록 잎새는 어깨를 걸고 옆으로 나란히 서서 빛을 저장한다.  노란꽃잎을 가진 데이지의 별명은 검은 눈의 수잔이라니... 수잔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심한듯 피어있는 무리진 들꽃의 향연이 최고조에 달하는 오솔길의 한 가운데 피터 레빗 골목이 있다. 레빗은 사유지의 말 농장과 오솔길의 경계에 주로 앉아있다. 래빗을의 골목을 지날 땐 살짝 비켜서 걸어야 한다. 터줏대감이라고 딱버티고 서서 가까이 다가가도 꼼짝을 않는다. 들꽃과 피터 래빗은 완벽한 조화지만, 자기 영역에 대한 경계가 강한 토끼다. 저녁이 내리면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 같은 아기토끼들이 무리지어 놀러 다니기도 한다. 토끼의 하앟고 동그란 꼬리는 코튼 테일이란 이름을 실감나게 했다. 한때는 집의 뒷마당에도 토끼 가족이 출몰하곤 했었는데 요즘은 들꽃많은 오솔길로 모두 이주를 한 모양이다. 이 오솔길에서는 토끼의 털 색깔이 보호색인 모양이다.

정오를 지나 시내에 있는 스톤 하우스 너서리를 다녀왔다. 한참 정원이 아름다울 시간을 쿼런틴에 뺏겨 못 본 것이 아쉽지만  운신의 폭이 조금은 해제된 지금 대기가 더 달아오르기 전에 데려올 식물들이 있을까 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5월의 아가판터스, 강 마을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