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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Sep 23. 2020

친숙한 낮섦

vika kim special 

친숙한 낯섦


고향이 어쩌다 방문하는 여행지같은 곳이 되고나면, 그 공간은 세상 어느 곳보다도 반가운 여행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친숙한 낯섦이라는 모순 형용이 딱 어울리는... 나를 키워준 공간을 찾아가는 기분이란 그런 것. 태어난 곳은 분지, 정신이 여물어 간 곳은 바닷가. 분지와 바닷가를 오가며 컸다. 분지에서 청소년기를 함께 자란 친구는 어느 날 바닷가에 여행가서 텍스트를 보내왔다. "네가 만약 한국을 그리워 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이 바다 때문일거야... 라고...    


피아니스트 비카 김이라는 분이 가끔 이렇게 창 밖에 바다를 펼쳐놓고 아름다운 피아노 곡들을 연주하는데 나는 이분께 특별한 고마움을 가진다. 우연히 발견한 피아노를 연주하는 화면, 배경의  풍경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니 설마?가 과연!으로 결론. 이분이 연주하는 공간은 바닷가 아파트 201동이고 나는 같은 아파트 209동에 살았었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그러니까 이 피아니스트는 세월을 비껴간 이웃, 다른 시간대에 같은 공간을 점유한 이웃인 셈이다. 아침 저녁으로 산책하던 해변의 풍경이 고스란히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물론 광안대교는 완공된지 오래되어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고, 바다 건너 해운대는 마천루 숲으로 변한 것은 상전벽해의 좋은 예가 되긴 했지만, 적어도 해안도로와 잔잔한 파도가 치는 해변의 산책로 정경은 고스란히 남아있으니 말이다. 피아니스트는 종종 한 두살 되어 보이는 아들과 나들이 하는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 하는데,  그 시절 내가 돌 지난 아들을 데리고 이 바닷가 저 바닷가로 다니며 걸음마 연습시키던 풍경을 보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해서 나는 이분의 팬이 되어있다. 비오는 밤, 비오는 아침, 햇살이 찬란한 날, 가끔 생각이 날 때면 창 밖의 날씨와 꼭같은 날씨를 선택해서 이 분의 연주를 듣는다. 그러다보면 나는 그곳으로 날아가 있는 것과 다름없는 기분이 되곤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d0XQmsuJpus&list=RDPnbSVCb5ywk&index=12



2002년엔 광안대교가 한참 건설 중이었다. 그래서 완공을 보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왔다. 저 바닷가는 20대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혀있는 곳이다. 멀리서 친구들이 찾아오면 저 바닷가의 2층 찻집에 앉아서 바다를 함께 보곤 했었다. 아이비가 건물벽을 덮고있던 찻집 브람스를 자주 갔었는데, 대학시절엔 브람스 건물 입구 현관에는 자갈돌이 깔려있었고 자갈 밟는 소리가 좋았다. 브람스는 미국의 나무집처럼 지어져 벽면은 하얀 나무로 되어있었고, 초록색의 아이비 덩굴로 온통 덮여 있는 것이 독특했다. 내가 떠날 무렵엔 벽면을 뜯어내고 리노베이션이 한참 진행중이었다. 브람스도 어느덧 30년이 더 되었구나. 30년도 더 된 커피점이라니....    



https://www.youtube.com/watch?v=rqb9HFoS-ZE&list=RDPnbSVCb5ywk&index=6

https://www.youtube.com/watch?v=B0kQV3OHtQI


어느 날 저녁 후배 녀석은 뜬금없이 이런 노래도 보내왔다. 

초가을 저녁 공기 같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노랫소리....

모두들 건강하시고 반짝이는 순간들 많이 발견하시길 바라는 마음. 


https://www.youtube.com/watch?v=VcnD6Q3DA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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