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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현희 Mar 05. 2021

튤립이 피었다는 소식에...  스톤 하우스

Thompson and Hanson + Tiny boxwoods


봄은 어느덧 또 이렇게 하얗고 청순하게 만개하고 있다

연보랏빛 수국과 진홍빛 부겐베리아가 마당 가득 도열해서 반겨 주던 그 봄은 감동적이고도 참으로 화사했다. 식물원 마당 건너 카페테리아는 여전히 테이블마다 흰 수국을 탐스럽게 올려두고 손님을 반기지만 오늘은 봄볕을 즐겨보려고 마당에 앉았다.


열대 남짓들어가는 주차장에 오늘은 운이 좋아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유사한 디자인을 가진 같은 차종 suv들이 나란히 나란히 주차되어 있는 것은 방문객들의 기호를 한 눈에 드러내 주고 있었다.

꽃모양이 일반적인 수선화와 미니어처 수선화 두 종이 인상적이다. 미니어처 수선화를 보니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교화는 수선화였는데, 뱃지는 하얀색 수선화였다. 수업시작 전에 유치원생처럼 수선화를 외치며 인사를 제창해야했던 우리는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발을 구르며 거부의사를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3년 졸업 때까지 유치한 인사를 해야했던 것 같다. 튤립이었으면 어쩔뻔 했나..  

붉은 제라늄은 프랑크푸르트 마인 강변에 늘어선 단정한 아파트를 떠올리게 한다. 무슨 무슨 슈트라세라고 적혀있던 도로 표지판은 독일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은 기분이 잠시 들게했지만..... 독일어가 그렇게 심오하고 세련된 조어가 가능한 언어임에도 세계를 재패하지 못한 것은 관사와 전치사 체계가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정말로 복잡한 러시아말이나 중국말이 아니라 적당히 단순하고 상당한 일관성을 갖는 영어가 글로벌 스탠다드임은 참 다행한 일이다. 한국말이 국제어가 될 일은 없겠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세계는 혼동의 도가니에 빠질 것이 틀림없다.  상황에 따라 이름과 대명사 어미가 마구 마구 바뀌는... 주어가 생략되기 예사인 상황어에 평균적인 사람들이 익숙해지기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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