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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Mar 06. 2021

데이비드 호크니 -all about me

호크니 - all about me


미국의 유치원에서는 all about me 라고해서 큰 포스터 보드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사진과 기념품들을 붙여놓고 새학기가 되면 친구들과 선생님께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호크니-반 고흐 공동 전시회의 마지막에 만난 거대한 벽화가 마치 이 유치원의 all about me를 연상시켰는데, 호크니옹은 의상조차 유치원 시절을 연상하게 입고 계시네요.  다른 말로하자면 “한 패널에 담은 호크니의 회화 문법 사전” 정도로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솔직하고 재미있고 유머러스합니다. 화가가 자신만의 작풍을 갖는다는 것은 일종의 회화적 자기문법을 창조하는 일에 비유할 수 있을텐테, 호크니 문법의 핵심은 색채와 새로운 회화적 공간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란할 지경인 고채도의 원색에 대한 그의 애정은 캘리포니아의 강한 햇살의 체험과 오페라 무대 제작의 경험에서 얻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호크니 옹은 또한 새로운 회화적 공간을 만들어 냈는데요, 캔버스가 천편일률적인 사각형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캔버스 모서리를 마구 잘라 육각형 팔각 12각을... 입체적인 캔버스를 만듦으로서 (그가 감옥이라 부르는) 종래의 사각 공간에 넣어진 회화의 공간적 경계를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호크니 옹은 또한 소실점에 반대하는데, 르네상스 이후 서양화의 절대법칙은 선원근법이었습니다. 이게 사실 그림을 실제로 그리다보면 굉장히 까다로운 부분인데, 21세기의 코스모폴리탄 80세의 노익장에게는 이것이 시대착오적이고 비현실적인 회화적 문법이라는 겁니다. 그랜드 캐년, 대자연의 광활함에는 고정된 한 점이 있을 수 없고, 우리가 실제로 한 지점에 시선을 고정시키두는 일은 없다는 거죠 (사실입니다. 소위 멍한 순간 말고는요.. ) 멋진 것을 볼때는 물론이요 우리가 걸을 때도 시선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사방팔방으로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핍니다. 하나에 고정된 시선은 죽은 시선입니다. 선원근법 대신 구불구불한 도로를 그려 넣어 선형원근법을 거부하고 부인합니다. 심지어 원근법은 터널비전이며 지옥이라고 외치는데, 아래 그림에 있습니다, 사실이기도 하고 너무나 공감이가 한참 웃었습니다. Perspective is tunnel vision and it’s hell. 중국의 두루마리 풍경화에서 보았던 수평으로 무한 확장되는 회화적 공간을 역시 호크니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어떻게보면 선원근법이  아니었다면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해보게 되는 것은 히틀러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히틀러가 예술가 지망생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인데, 히틀러가 예술학교 시험에 낙방한 것이 바로 이 perspective 에 서툴러서였다고 합니다. 히틀러와 같이 예술학교 시험을 본 에곤 쉴레는 수석으로 합격을 했지요. 두 사람의 운명을 갈라 놓았을만큼 까다로운 것이 원근법과 소실점을 정확하게 화면에 위치시키는 것이었으니.... perspective is tunnel vision 이라는 호크니옹의 일갈은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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