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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현희 Aug 21. 2024

우리는 왜 이렇게 사소한 공놀이에 집착하는가?

여름 오후 서너 시가 되면 종종 소나기가 내린다.

텍사스에 내려온 첫 해 여름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내리는 오후의 소나기가

학교에서 지리시간에 배운 소위 열대성 스콜이라 생각했다.    

오후의 소나기는 여전히 여름을 확인시켜 주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열대성 스콜이라 믿었던

습기가 공격해 들어오는 감각의 불쾌함보다는

냉방이 쾌적한 실내에 있어도 느닷없이

기면발작증에 가까운 실신 상태에 빠트리는  

기압 변화가 곤혹스럽다.

 게다가 오후 일곱 시가 되어도 계속해서 비가 내리거나

코트가 마르지 않으면 조금 우울해진다.


하지만 공기가 뜨겁게 달구어진 요가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소나기를 피한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소나기는 지나가면서 종종 커다란 무지개를 걸어놓았다.

덕분에 열기가 가신 코트로 내려왔을 때,

무지개의 끝에서 팔다리가 유난히 긴 여성이

시원한 복장으로 긴 팔과 긴 다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modesty modesty…please

코트의 그린과 블루의 배색이 한층 더 상쾌했다.  

그리고 어젯밤엔 거대하고 붉은 8월의 보름달이 걸려있었다

무지개 아래서 혹은 거대하고 붉은 보름달 아래서

공을 치는 것은 아무래도 낭만적인 구석이 있다.

종일 내리던 비가 마침내 개인 어느 주말 밤,

피트니스 가까이 살고있는 몇몇은

 밤 여덟 시를 넘은 시간에 모여들었다..

비에 빼앗견던 시간과 다시 뺏길지 모르는 시간까지

몰아서 공을 쳤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피트니스 문을 닫고 나왔던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다음 날 아침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우리는 왜 이렇게 사소한 공놀이에 집착하는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확산되고 있는 이 웃기는 이름의

(pickle what? kitchen what? )

공놀이는 빌 게이츠가 몇 해 전부터 피클볼 패들을 든

프로필을 소셜미디어에 걸어 두었던 것도 한몫을 했을 테다.

그러나 왕년의 꽃미남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애거시가

그 야생마의 갈퀴처럼 휘날리던 금발을 죄다 잃어버리고  

친숙한 옆집 아저씨 같은  민머리로

테니스 라켓 대신 피클볼 패들을 든 것은

시대의 흐름을 상징한다.   

혈기의 테니스에서 아기자기 피클볼로....

그는 여전히 generational icon인 거다.  



테니스의 신 노박 조코비치는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테니스 코트가 죄 피클볼 코트로 변신하는 현상을 우려했다.

과연 그의 염려처럼

우리 동네 곳곳에 배치된 테니스 장에서조차도

사람들은 테니스 라켓 대신 피클볼 패들을 휘두른다.

정교한 기술과 와일드한 체력이 요구되는 테니스보다

훨씬 쉽고 부상 위험이 낮다.

경기 진행이 빠르고 매우 소셜한 운동이다.

예측 못한 돌발성, 의외성, 기발함 등이 웃음 포인트다.  

그리고 누구와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친화력과 사회성도 필요하다.  

경기가 워낙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계속 변하는 스코어와 누가 서브를 넣을 차례인지를

기억해야 하는  working memory훈련에도 좋다.


who’s serve?

what’s the score?

do I know you?



do I know you?

우리 전에 같이 플레이 한 적이 있나요?

농담이 아니라 내가 종종 파트너에게 하는 질문이다.

대체로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지만

인종마다 닮은 사람들은 있는 법이어서

심심챦게 헷갈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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