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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Aug 27. 2016

즐거운 우리들의 학교

즐거운 우리들의 학교


        텍사스의 학교들은 8월 중순이면 개학을 한다. 좀 이르다 싶지만 그들의 전통적인 학교 운영 스케줄이 이렇다 한다.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지친 표정이긴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생기를 띄고 표정은 방글 방글이다. 작은 아이는 중학교 졸업반이 되어서도 유치원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방글방글하면서 집에 돌아와 학교가 너무 재미있다며 그날 일었던 일을 재잘재잘 이야기한다.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고맙고도 대견하다. 물론 피곤하고 힘든 점이 있겠지만,  초 중학생 때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학교엘 보내지 않겠다고 했던 것이 엄마의 최대 협박이었을 만큼 아이들은 학교를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데, 이것은 미국 교육의 최대 장점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자란 나는 학교를 생각하면 피곤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들 엄마 아빠도 한국의 지난한 교육과정에서 살아남은 서바이버들이라 자부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학교 다니는 모습도 마냥 편안한 것은 아니다.




미국 학교의 의무교육 과정의 일차 목표= 시민의식 함양


        미국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속속들이 알고 보면, 학교란 자고로 생산적인 미래 시민을 양성하는 길고 긴 훈련과정이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물론 재미에 살고 재미에 죽는, 재미있는 삶을 최고로 치는 듯한 미국의 학교 분위기이다. 하지만 박사를 마친 후 교육청 소속의 사이칼러지스트로 잠시 근무하면서 들여다본 미국의 교육 방식은 참 혹독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무교육 기간인 유치원에서 고등학고 졸업까지 (Kinder - 12학년) 교육의 일차적인 목표는 지식의 주입에 있다기보다는, 이 광활하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굿 시티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질을 최대한 함양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학교의 교육 방침은 철저한 규칙 준수... 잘못된 행동에 봐주기 없음. 국물도 없음이다. 물론 지식의 함양이 다른 목표보다 덜 중요한 것은 아니며, 단순한 지식도 체험을 통해 습득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방침이라 여러 가지 액티비티며 활동들이 상당히 많다. 13년에 이르는 의무교육 과정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행동준칙으로 확립하도록 하는 시간이다. 학교라는 공간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철저하게 성문화 하여 가르친다. 그래서 학기 초가 되면 학부모를 위한 학생들의 행동가이드라는 핸드북을 학교에서 받아오는데, 부모는 이를 읽고 사인을 해서 학교로 돌려보낸다. 핸드북을 읽고 사인을 한 이상, 아이가 학교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을 경우 철저하게 학생과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다. 이러한 교육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좀 섬뜩하기도 한 사례가 있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간밤에 집에서 무슨 약인지를 먹고 아침부터 학교에서 복도를 비틀대며 걸어가고 또 교실에 들어가서는 책상에서 굴러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술 취한 사람들이 비척대며 걷는 것 같았기에 즉각 간호실로 불려 갔고 몇 가지 검사를 받았다. 소동을 부리거나 남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는 없었다. 다만 몸을 가누지 못했던 것이다. 그 학생이 평소에 복용하는 의사로부터 처방된 약에 취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평소에는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것을 그날은 새벽 다섯 시에 복용을 하여 등교시간에 약기운이 강하게 남아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의 이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학교의 징계 위원회가 열렸고, 다음날 대안학교로 이송되었다. 교육청에서 정한 비행법의 최고급인 4급 비행을 선고받았는데, 죄목은 번역을 하자면 "알코올이 아닌 아닌 다른 약물에 의한 공공장소에서의 비정상적인 행위"였다. 결과적으로 학교의 감옥인 대안 교육시설로 이송되어 75일을 그곳에 머물며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학교법의 집행을 받았다. 그 나이면 몸이 이상하면 집에서 쉬거나 교사나 학교 스탭이나 부모에게 도움을 청할 분별력이 있는 나이인데, 그러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취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 무책임하고 공공질서를 깨트린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 학생은 다른 전과는 없었다. 다만 부모가 좀 더 강력하게 대응을 했더라면 결과가 좀 더 가벼웠을지도 모른다.



학교는 정말이지 사회의 축소판이다.  


        미국의 학교들에는 감옥의 역할을 하는 자그마한 빈 교실이 존재한다. 항공모함을 설계했던 한 집에 사는  엔지니어에게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기가 막힌 대답을 들려주었다. 미국의 항공모함에는 감옥이 기본 요소로 설계되는데, 프랑스의 항공모함에는 감옥 대신 와인셀러가 꼭 들어간다는... 하여간 미국의 학교들에선, 유치원생에서 5학년생까지, 수업중에ㅡ소동을 부리거나 성질을 부리거나 친구들과 몸싸움을 하면, 그 빈 교실에 가 진정될 때까지 갇혀있다가, 부모님은 소환을 받교 교장실에 들어가 학교에서 작성한 사건 경위서에 사인을 하고 아이를 집으로 데려간다. 우스운 일이지만, 학교에서 심리학자가 하는 일 중에는 (기질적인 문제든, 성격적인 문제든 여하간의 정신적인 문제로) 난동을 부리는 철부지 학생들이 급우나 선생님들의 안전을 해치거나 수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이 감옥으로 모셔다가 자해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일과가 끝나면 사건 보고서를 작성한 후 무사하게 부모의 손에 넘겨주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느 신뢰도 높은 정치 시사 잡지의 기사에 의하면, 투옥 중인 수감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미국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그 통계치에 대한 사회학적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미국의 학교가 돌아가는 방식을 체험한 입장에선 이런 생각도 든다. 미국 법을 한국에 적용시키자면, 밤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1/3은 아마도 경범죄로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비틀대며 걷는 사람을 볼 수가 없는지도 모른다. 공공장소에서 술병을 노출시키는 것도 불법이긴 하다. 어디 그뿐이랴... 미국은 형량이 길기도 하다. 다른 나라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죄지은 사람이 감옥에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경향이 있기도 하다. 그러니 미국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이같은 통계치는 감옥에 가야 할 사람들이 감옥에 가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다른 나라들이 문제라고 우길 수도 있는 내용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미국의 학교 분위기는 군대같아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지구 최강의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해야하는 학교의 입장으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하지말라는 일은 안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은 학교를 참 좋아한다니 매우 다행한 일이다 싶은 생각도 든다.


 

© Yoon Hyunhee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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