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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Aug 28. 2016

미국의 초등학교 생활: 날마다 즐겁게

소년 소녀들이여, 인생은 축제란다.    


    미국의 학교는 양면성을 가진다. 개개인에 대한 무한 긍정 격려와 군대 같은 엄격한 규율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양면성이다. 학생들의 성적과 행동에 대한 군대 같은 엄격한 규제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그리고 학위과정이 높아질수록 그 마각을 드러내며 학생들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나 또한 절감했듯이...

하지만 꼬물거리는 아이들이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초등학교에서 인생에 대해 가르치는 바는 아마도 "너희들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인생. 인생은 축제이니 열심히 놀고 즐겨라."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던 일례를 들자면, 초등학교 2학녕 학생이 자폐증이 의심된다는 의뢰가 있어 수업중에 조용히 잠입 관찰을 하였다. 마침 학생들의 자율 독서 시간이라 학생들 각자가 책 읽기에 집중했으므로 나는 교실 한 켠에서 움직일 여유가 있었다. 나의 존재를 눈치 챈  여학생 하나가 사랑스런 눈빛을 발사하며 조용히 나를 올려다 보고 물었다. "선생님은 오늘 처음 오신것 같은데, 오늘이 선생님께서 이 학교에 온 첫날이니 우리 조금 있다 환영파티를 열어도 될까요?" 그러마고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마음을 차마 눌렀지만..... 학부모 자격으로 아이의 점심 시간에 카페테리아를 방문해도 그 또래의 여학생들은 내가 포레스트 엄마라는 사실만으로도 마구 달려와서 허그를 하며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반가와요." 이러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아... 그 사랑스러움의 절정체들이였던 아가들이란....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들이 학교에 잠입한 낯선 어른을 대하는 태도는 대체로 이렇다. 그들에게 어른은 자신들의 일상을 파티로 만들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 이었다고해도 과언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편, 학교들은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펴놓고 열심히 읽고 외운 후 시험을  치러 학습 성과를 확인하는 방법보다는, 오감을 사용한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한 지식의 습득을 모토로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나고 자라 오랜 세월 책만 가지고 전자의 방법으로 공부했던 엄마가 보기에, 온갖 방법을 동원한 후자의 방법으로 배우는 일은 참 번거롭고 거추장스럽고 배우는데 시간 소모가 많은 방법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아이들은 학교를 사랑하기까지 하고, 아이가 초등학교 다니는 과정에서는 엄마가 준비하고 함께 참여해야 할 일들이 무척 많다. 실제로 작은 아이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는 동안,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담임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언젠가는 내가 담임 선생님께, 우리 아이가 선생님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는 메일을 발송했을 정도다.


학교 운영의 50%는 학부모 발런티어들


        전업주부인 엄마들은 아이의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며 학교 일에 참여하는 것을 자신들의 프로패션으로 삼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런 부모들이 주축이 된 학부모 발런티어 연합은, 선생님의 잡무를 돕고 학교의 실내외 벽면을 온 갖가지 재주를 동원해 아트홀처럼 장식하는 일은 물론, 아이들의 학년이 낮을수록 온갖 종류의 이유를 들어 파티를 열고 축하할 거리를 찾아서, 아이들이 학교 다니는 일을 재미있게 느끼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놀이의 스케일은 좀 커진다. 이제는 먼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어린 학생을 둔 엄마로서의 기억을 몇 가지만 더듬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졸업파티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봄 날, 학부모 발런티어 연합은 졸업생들을 위해 동네의 공원을 갖가지 색깔의 풍선과 리본으로 장식하고 inflatable이라는 공기로 부풀린 워터 슬라이드 등을 동원해 파티를 열어 주었다. 방학 전이라 아직 가동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동네의 워터 파크도 특별히 가동하도록 부탁해 두었다. 이날 찍은 사진들은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져 졸업식 날 무대 위 스크린에 프로젝터를 쏘아 상영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


        가을 학기가 끝나던,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종강 날 학교 앞마당과 실내 체육관은 크리스마스를 맞은 theme park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이런 행사를 위해 큰 돈을 기부하는 몇몇 학부모들이 있고, 또 노동력을 제공하는 다수의 학부모가 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우리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무척 타이드 했던 시기였기에, 다른 엄마들처럼 늘 학교에 상주하는 럭셔리를 가질 순 없었고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일 년에 두어 번, 몇 시간을 할애하여 얼굴을 내비치고,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일 년에 한 번 축제 같은 특별 수업


        엄마에게도 가장 재미있었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초등학교 3학년 사회 역사 수업의 일환으로 로마인의 생활을 체험해 보는 Roman day. 아이들은 대여섯 개의 스테이션을 차례대로 돌아다니며 로마인 체험을 하였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완벽한 로만 시티즌이 되어야 했으므로 참 수고스러운 날이었다. 학생들은 토가와 군인 복장을 하고, 나와 다른 어머니들은 로마 여인의 복장인 스톨라를 흉내 내어 흰 천을 온몸에 두르고  Roman dinner station 에 앉아 올리브와 치즈를 서빙하던 날이었다.  다른 스테이션에 구경을 가봤어야 하는 건데 그러질 못했던 것이 아쉽다.




마침내 고등학교에서는


        온갖 종류의 이유를 들어 파티를 열고 축하 잔치를 벌이는 일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스케일이  커진다. 고등학교가 개강을 하고 두어 주 있으면 이렇게 왁자지껄 시끄럽게 교내의 각종 클럽이며 운동팀들이 모여 으쌰 으쌰 용기를 북돋우며 동네를 한 바퀴 도는 퍼레이드를 한다. 이백 명에 달하는 밴드가 제일 앞서 풍악을 울리며 퍼레이드를 시작하고, 갖가지 장식을 한 수십대의 트럭과 트레일러가 서서히 뒤따른다.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동네 주민들 속에 섞여 구경꾼이 되어 이 퍼레이드를 보고 있노라니 트럭에 탄 아이들은 신나겠는데 "근데 왜 저러는 거니?"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저 트럭과 트레일러 등을 장식하며 개강 초기의 긴장을 완화하고 나름 한 학년을 시작할 팀워크를 다지는가 보다고 이해하였다. 퍼레이드 외에도 연속되는 홈커밍 파티가 치러지는데, 엄마인 내가 참관, 참견할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 아이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기라 더 이상의 댄스파티에 대해서는 나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주민들이 지불하는 교육세를 바탕으로 학교가 운영되기에 지역 간 학교 분위기 차이는 굉장히 크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또한 바로 이 점이 미국 교육 전체의 태생적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밑바닥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인데, 미국의 엄청난 개척의 역사가 일구어 놓은 현장을 일개 이민자가 아무리 비판을 해 본들 무슨 수가 있을까. 하지만 또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의 학교에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굉장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그 차이를 줄이려는 "거시적인" 노력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학부모 참여가 50% 이다시피 한 학교 운영에 있어서 지역간의 사회 경제적 문화 차이를 감안하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하긴 자본주의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태고적에 이미 맹모가 삼천지교를 행했다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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