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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바다 Aug 28. 2016

미국의 중고등학교 생활: 끈기있고 성실하게


        미국의 초등학교가 학생들에게 인생은 축제라고 가르친다고 해서 학교에서 공부 전혀 안 시키고 늘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로 매일 매일의 숙제와 퀴즈, 중요한 시험 등등 이런 저런 과제가 죄다 점수로 기록이 되니 시험 기간이 따로 없을 뿐이다. 물론 스테이트 주관 시험기간이 일년에 두번 따로 있긴 하다. 정해진 기간에 표준화된 시험을 치뤄 결과를 낸 점수가 아니라 매일 매일의 퍼포먼스가 합산되어 성적이 되니, 성적이란 시험점수라기 보다는 아이들의 전반적인 수행을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채점 카테고리가 다양하고 매일 매일의 수행이 합산되기 때문에, 어느 한 과목 시간이라도 느슨할 수가 없다. 어느 하루 컨디션이 안좋아 수업시간에 충실할 수 없었다면 그날 분량의 수행성적이 총점을 깎아먹을 뿐더러, 그날의 과제가 비중이 높은 것이었다면 평균점수에 타격을 준다. 그래서 학교와 학부모간에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 진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상시 아이들의 수행을 체크하고 숙제와 과제 제출 여부를 웹사이트를 통해 체크한다. 그러니까 학생의 프로그레스를 학교와 가정이 낱낱이 공유하는 것이다. 부모의 관리가 중요하고, 학생의 수행에 이상을 발견했을 땐 언제든지 카운셀러를 통해 문제제기와 해결방법 모색이 가능하다. 사실 학교 카운셀러의 역할은  학생 개개인의 학업을 뒷받침하는 것이고, 심리학자의 역할과는 많이 다르다.



중고등학교 교육: Becoming a well-rounded team player


        우등상은 평균점수로 받는 것이 아니라 전과목을 공히 잘하는 학생에게 주어진다. 전과목 a를 받은 학생에게 주는 특별 우등상과 a와 b를 골고루 받은 학생에게 주는 우등상이 있는데, 수학 영어 과학 사회과목을 모두 백점을 맞아도, 다른 과목, 예를 들어 체육이나 음악이 c가 있으면 우등상을 주지 않는다. 일년에 여섯번 성적표가 나오는데, 여섯번 채점 사이클 모두 전과목 a여도 어느 과목 딱 하나 c가 있으면 우등상을 받을 수가 없다. 설령 그것이 체육이나 미술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학생의 성적이 그 학생에 대해 말해주는 중요한 덕목은 지-덕-체의 고른 발달, 그리고 당연하게도 자신의 일을 매일 매일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끈기와 지속력이다.  물론 평균점수가 안 좋고 스테이트에서 주관하는 시험에서 기준에 미달하면 초중고 공히 낙제를 시키는 제도도 있다. 초등학교 낙제 두번까지 할 수 있다. 학교가 낙제시킨다는데, 학부모들 할 말이 없다.


능력별 수업선택


        중학교 부터는 수업레벨이 기프티드반, 어드밴스반, 일반반등 세 등급으로 나뉜다. ... 능력되는 아이들은 고등학교 수업 미리 당겨서 듣긴 하지만 경쟁적으로 당겨서 듣는것 같진 않다. 큰 아이는 중학교 과정에서 고등학교 과정 세 과목을 이수했기 때문에, 고등학교와서는 다른 과목을 더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중학교 과정에서 미리 고등학교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도 있다.

     고등학교는 이에 더하여 수업레벨이 더 세분화 되어, 능력되는 학생들은 대학 수업까지 미리 들을 수 있다. 대학 수업 들으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고, 일반레벨 수업을 듣는다고 누가 뭐라하지도 않지만, 생각있고 의욕있는 아이들은 다 알아서 앞서 나가고, 편히 살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자기 페이스대로 가는듯 하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중에 하나는 학생들을 줄세우는 석차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석차를 계산은 하지만, 모두가 알도록 공개하지는 않는다. 본인만 자신의 절대 점수를 알고 가까운 친구들과 비교를 해서 대략의 입장을 가늠할 뿐이다. 겉보기엔 무척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앞서갈 아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만큼 앞서 가게 지지하고,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원하는대로 살 수 있도록 강요하지 않는 쿨한 사회 달리 말하면 냉정한 학교다.


        중학교를 시작으로 아이들은 쉬는 시간도 없고 운동장 리세스도 없어진다. 수업과 수업 사이는 5분의 트랜지션이 있는데, 이 시간 동안 락커에서 책을 찾고 넣고 교실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잘못하면 수업에 늦게 들어갈 염려가 있어 학생들은 아예 가방을 지고 여러 개의 교실을 이동해 다닌다. 수업에 늦게 들어가 숙제를 5분 안에 못내면 절대 안받아주는 선생들이 허다하다.... 그럼 숙제 점수는 제로가 된다. 우리 아이들은 책가방, 운동 가방, 악기 가방까지 이고 지고 길고 긴 학교 건물을 뛰어다니다가 하루가 끝난다.  만약 아이가 여러가지 액티비티 클럽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점심시간 외에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다질 시간적 여유는 없어보인다.


        중, 고등학교 학교 대표 운동팀이 다양한데, 풋볼, 야구, 축구, 수영, 육상, 테니스 등등... 학기 중 훈련도 만만치 않다. 큰 아이는 수영팀에서 기본 하루 두시간, 주 2일은 하루 세시간씩 훈련을 한다. 가을학기와 봄학기 중반까지는 매 금요일과 주말 경기가 있다. 훈련은 보통 새벽 다섯시 반, 늦게는 새벽 여섯시 부터 시작이다. 운동하는 학생들은 새벽 운동 플러스 1교시가 체육이다. 아침부터 죽도록 힘 다빼고 2교시 부터 아카데믹 과목들 시작하는 셈이다.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여 수영을 그만두어도 괜챦다 했더니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 변하는 아이다. 작은 녀석은 옆에서 "엄마는 형아의 pride and joy를 뺏을 생각 하지 마세요." 라고 한다. 운동팀에 속해 있는 일은 아이의 자존심과 즐거움의 원천인가보다. 참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 하면서도 전과목 대학레벨 수업 따라가는데 아직까진 별 문제 없어보인다. 졸업할 때까지 그래야할테지만..


        학기를 굉장히 타이트하게 보내는 이런 이유로 해서, 3월 봄방학이 지나면 초등, 중학생들은 슬슬 학기말까지 남은 등교날짜를 계산하기 시작하고 카운트 다운 들어간다. 각종 스포츠, 오케스트라, 여타의 액티비티 클럽들은 학기말 쯤 되면, 정장을 차려입고 그간의 노고와 공들을 치하하며 한해 동안 수고 많았다며 또 다시 자축 파티를 연다. 고등학교도 시기적으로 조금 이른듯한 수영팀 뱅킷을 시작으로 학기말이 멀지 않았음을 알린다. 일년간 수영으로 최고 성적을 낸 학생들과 아울러 학업에서 좋은 성적을 낸 학생들을 치하하고, 이제 곧 졸업을 할 시니어들의 지난 고등학교 생활을 회상 하는 개인별 스피치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재미있게 나가다가 어느 순간 시니어 여학생들이, 자신들의 지난했던 고등학교 생활과 그 생활이 가능하도록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코치와 부모님께 대한 감사의 토로로 일순간 크라잉 쑈로 변하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 된다. 그래서 미국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처럼 하루하루를 열심히 생활한다고 믿는다.


        근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왜 그렇게들 공격적인 어른들로 변하는 거니?라고 묻고 싶어진다. 그건 아마도 이 땅에 기회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다른 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늘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할 만큼 제반의 인프라와 모든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져있고 Things are up for grab 이 아직 통하는 사회가  텍사스인것 같아 보인다. 본인이 욕심낸 만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많기에,  내가 느끼는 이 사회는 무한경쟁과 무한상생의 사회이다. 몇해 전 언젠가 공신력 있는 어떤 뉴스의 통계는 휴스턴의 한 카운티가 맨하탄을 능가하는 인종적 언어적 diversity를 기록했다는 믿기 어려운 결과를 보고 한 적이 있다. 내가 속한 동네는 아직까진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을 그다지 느낄 수 없는 전형적인 미국의 타운지만, 휴스턴을 전체적으로 보자면 무리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한경쟁 무한상생 .... 좋기도 하고 매우 무섭고 피곤한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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