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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onica Apr 02. 2020

적극적으로 일상을 가꾼다는 것

절망에서 벗어나는 몇 가지 방법


  언제 봐도 즐겁고 애틋했던 대학 동기의 부고 소식을 들은 후 한참을 울고, 멍하니 앉아 있기를 반복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치킨’을 시키고, 스타벅스에 가서 ‘슈 크림 딸기 크림 프라푸치노’를 사오는 것이었다. 온 힘을 다해 몸을 망치고, 일상의 시간을 망가뜨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저녁 운동과 스트레칭 대신 넷플릭스를 켰고, 소박하게 차린 저녁 대신 콜라와 함께 치킨을 먹었고, 슈 크림 딸기 크림 프라푸치노까지 깨끗하게 비운 후 또 한참을 울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침대에 누워서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2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오던 모든 루틴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틀 뒤 친구의 장례식장에 다녀오고 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었다. 내 두 눈으로 친구의 죽음을 확인하고, 마음이 찢어질 듯한 고통과 함께 우리가 쌓은 추억을 곱씹고, 그런 와중에 웃기도 하면서 무언가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몰디브에서 친구가 오기를 기다렸던 며칠간 두려움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는데, 용기를 내어 장례식장에 가고, 내 일상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우울증 초기 증세 중의 하나가 집 청소를 하지 않는 거라고 한다. 일상에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을 모르는 척하면서 마음의 병도 깊어지는 거라 할 수 있는데, 바꿔서 생각해보면 마음의 병이 쉬이 나으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을 돌보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어렸을 때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을 듣고, 무슨 말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어렴풋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같네’ 하고 넘겼었는데, 몇 번의 굴곡진 인생의 시간을 나면서, 저 말이 ‘어떤 일이 있어도 일상을 세심하고 섬세하게 돌보라’는 말이라는 걸 통감하게 된다. 한달간 재택 근무를 하면서 망가질대로 망가진 일상을 다시 돌보고, 가꿔야겠다. 현실의 시간을 쳐내는 게 아니라, 다시 꿈을 꾸고 비전을 다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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