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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욱 Mar 18. 2022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되지 마라

행정 하는 소설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되지 마라.
                   회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돼라.

회사생활도 연애 생활과 같다고 생각한다. 모든 관계는 적당한 긴장과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관계를 시소로 규정한다.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면 관계는 반드시 어긋나게 되어있다. 우리는 연애에서의 균형을 밀땅이라 부른다. 결혼 후 밀땅을 포기해 관계가 완전히 기울어진 부부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점도 그런 이유다. 회사생활도 마찬가지다. 모든 관계에서 밀땅은 필수다.



우리가 연애와 회사생활 초반에 흔히 하는 실수는 온 힘을 다해 상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사랑하라. 그러나 힘의 균형을 유지하라. 모든 관계는 균형이 핵심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드시 반작용이 있듯, 내가 다가가는 만큼 상대는 정확히 그만큼 움직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인간관계의 현실이다. 함께 움직여야 한다. 내가 한걸음 상대도 한걸음 그렇게 함께 움직이면서 중심을 잡는 일. 그것이 관계의 균형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A라는 직원이 있다.  A는 자신의 업무는 물론 다른 사람의 업무까지 떠안으면까지 매번 속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는 유능한 직원이다. 또한 A는 늘 스스로 회사의 궂은일들을 도맡아 하는 능동적인 직원이다. 그래서 회사는 추가 업무나 부서를 지정하기 곤란한 잡무가 생기면 우선 A직원을 떠올린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다. 해낼 수 있는 직원이 A밖에 없다", 라는 식의  감언이설을 덧붙인다. A는 이미 업무 가중 상태임에도 거절하지 못한다. 거절하면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자인하는 것 같아서, 또는 회사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그도 아니면 분명 희생에 따른 보상(승진 등)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인정받고 싶은 인정 욕이 가장 크다. 그러나 그것은 A의 착각이다. 회사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냥 계약 이외 업무를 할 직원을 찾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A라는 개인의 상황이나 미래도 고려대상이 아니다. 회사에 이익이 될 일을 할 직원 중에 하나일 뿐이다. 물론 고마움은 표시할 것이다. 그러나 아쉬울 때 딱 그때뿐이다. 다시 회사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돌아간다. A의 추가 업무는 A의 고유업무가 된 것으로 끝날뿐이다. 회사는 그때그때 회사의 이익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그렇다고 A의 업무 가중으로 인한 실수나 스트레스를 대신 책임져 줄 사람은 없다. 온전히 A의 몫이다. 안타깝게도 승진은 업무능력보다 사내 정치력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훨씬 더 많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A는 깨닫게 된다.


'왜 나만 일하는 것 같지? 왜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지?'


뭔가 열심히 짝사랑만 하는 기분에 휩싸인다. 엄마가 아닌 이상 누구든 사랑을 주기만 하면 반드시 지치게 되어있다. 그렇게 일방적인 관계로 일을 하다 보면 반드시 번아웃이 온다. 그리고 A는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회사 역시 인재를 놓치는 일이지만, 회사는 신경 쓰지 않는다. 회사 문밖에 A보다 화려한 스펙의 인력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맹목적으로 사랑한 A는 그렇게 사랑을 잃게 된다. 건강한 관계는 주는 만큼 받아야 유지된다. 그게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요소다.  A는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지만 결국 회사는 A만큼 생각하지 않는다. A의 착각일 뿐이다. 우리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을 호구라고 부른다. A와 같은 직원은 결국 회사의 호구가 될 확률이 다분히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회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너를 충분히 사랑하지만, 그러나 언제든 너를 떠날 수도 있어."

핵심은 연애와 같다. 상대에게 약간의 긴장을 주어야 한다. 능력 있고 성실한 직원이지만, 그래서 언제든 이직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성실하되,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자신감과 건방짐 사이의 태도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우선,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돼라.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주 업무에 집중해 성과를 내되, 부가 업무는 단호하고 정중하게 거절한다. 거절을 하지 않는 것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 상대를 무시하는 것도, 미안해할 일도 아니다. 그것은 권리다. 내가 행사해야 할 당연한 권리다,라고 생각하라. 부탁할 권리가 있듯 당연히 거절할 권리도 있는 것이다. 부가 업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본연의 업무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정작 다른 사람을 돕느라 자신의 업무의 성과를 그만큼 내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러면 결국 일은 열심히 하고 성실한데 능력은 글쎄...라는 인식이 생긴다. 반면에 좋은 쪽으로 오지랖은 좀 없지만 자신의 일 하나는 확실하게 처리하는 직원을 싫어하는 회사는 없다. 오히려 회사는 그런 직원에게 관심을 더 갖는다.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 회사에서 부탁하는 모든 것을 거절할 수는 없다. 내가 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도의 부가 업무는 맡아서 왕왕 처리해주는 융통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밀땅을 하려면, 우선 상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연애에서든, 회사에서든 밀땅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지려면 우선 능력자가 되어야 한다. 상대와의 균형에서 평균적으로 우위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균형을 주도할 수 있다. 그런 능력자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첫째, 일의 경중을 확실히 구분하라. 일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일의 경중을 잘 파악해서 처리한다는 의미다. 중요한 일에는 시간과 노력을 쏟되, 덜 중요한 일에는 힘을 빼고 쳐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보고서의 띄어쓰기와 칸의 간격에 시간을 쏟느라 정작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선물도 우선 내용을 채우고 포장을 하는 것이 순서다. 포장에 신경 쓰느라 안에 선물을 제대로 채우지 않으면 다시 포장을 뜯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 보고서는 아무리 열심히 써봐야 빚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열심히 조리하는 비효율적인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모든 일에는 적시가 있다. 시간관리를 잘하는 것이 능력이다.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이 있고, 추후에 천천히 처리해도 되는 일이 있는데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잡히는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느라 허둥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와중에 여기저기서 예전 자료까지 요청하는 일들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대 혼란에 빠진다. 자료 요청도 제출기한과 업무량을 파악해서 스케줄을 짜야한다. 상급자의 업무지시 역시 적시를 파악해서 제출해야 한다. 너무 빨리도 너무 늦게도 안된다. 너무 빨리 주면 지금 업무가 별로 없다고 판단할 것이고, 너무 늦게 주면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경중과 적시"


이 두 가지만 확실히 염두에 두고 일을 처리하면 당신은 분명 회사와 밀땅을 주도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능력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자신의 주 업무에서 성과를 내라. 그 외 오지랖은 잠시 버려두어도 좋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회사생활과 연애 생활은 같다. 상대를 사랑한다고 하루 종일 상대에게 매달려 연락을 하고, 보고 싶었다며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고,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선물 공세를 하는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주면 둘에 하나다. 호구로 이용만 당하다가 지쳐 쓰러지던가. 예고된 이별을 통보받는 것이다. 일을 사랑하고 애사심을 갖고 있다고 무작정 회사에서 원하는 일을 회사가 시키는 일을 전부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일은 어디까지나 내 생활을 영위하는 수단일 뿐이다. 주지하지만 회사는 당신을 당신만큼 사랑하지 않는다. 더구나 당신이 사랑한다고 그만큼 사랑해주는 일도 없다. 그러나 관계는 유지하려 할 것이다.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며, 서로 균형 있게 주고받는 관계가 되느냐, 일방적으로 기울어져 호구로 이용당하다가 버림 당하느냐는 모두 당신의 행동에 달려있다.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되지 마라. 회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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