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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욱 Mar 28. 2022

팀장님, 점심시간은 휴가입니다

행정하는 소설가

"점심시간은 휴가다"

근로기준법  제54조(휴게)
①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②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9 to 6로 일하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12시~1시를 휴게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 회사에서 그 시간에 점심 식사를 하기 때문에 흔히 점심시간이라 칭한다. 그러나 정확히 점심시간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2항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점심식사를 하든. 낮잠을 자든. 영화를 보든. 개인의 휴가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 회사에서 온전히 개인의 휴게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물론 시대가 많이 변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유연근무를 사용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직원들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팀 단위, 부서단위 식사나 회식 시간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점심시간을 개인 사유로 시간을 보낸다고 하면 눈치를 봐야 하거나, 단체생활에 폐를 끼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물론, 매일 가까운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 보니 당연한 부서 회식처럼 굳어진 것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히 해야 하는 사실은 점심시간은 휴가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무급휴가다. 오전에 회의를 하다가 인심 쓰듯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하자고 쉽게 빼앗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은 휴가 중인 사람에게 찾아와 업무협의를 하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은 으레 업무의 연장이라 일이 바쁘면 굶기도 하고 대충 때우고 일해도 된다고 여기는 관리자 여러분. 휴일에 일을 시키면 1.5배의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점심시간에 샌드위치 먹으면서 회의하면 그건 휴일근무인 겁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다고 일을 해도 되는 게 아닙니다. 쉬는 시간인데 담배 한 대 피우고 합시다.라고 말한다고 비흡연자는 쉬는 시간을 안 줍니까? 점심시간은 밥을 먹어야만 주어지는 휴게시간이 아닙니다. 뭘 하든 개인의 휴게 시간인 겁니다. 업무지시는 오후 1시에 하시면 됩니다. 마감이 급해서… 오후에 프레젠테이션이 잡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요? 이해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럼 끝나고 1시간 휴게시간을 주셔야지요. 아무리 월급을 주는 회사라도 개인의 휴가를 그렇게 얼렁뚱땅 빼앗을 권리는 없습니다.


팀장아, 우선 당신부터 빠져라.


점심시간은 온전히 개인의 휴게시간이라는 문화가 더 넓어지려면 우선 팀장부터 빠지는 것으로 시작하라. 또래 팀원들이야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휴게시간에 무엇을 먹을지, 어디를 갈지, 어떻게 시간을 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 팀장, 부장이 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들이 나이가 많거나 적은 것, 또 꼰대이건 아니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팀원의 기안문을 결재하는 결정권자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회사 조직 내에서 인간관계라는 건 결국 업무의 상하구조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상급자의 까다로운 음식 취향이 신경 쓰이지 않는 팀원은 없다. 당신은 당장 인상을 찌푸릴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카드로 지불하는 메뉴를 선택하는 문제까지 상급자의 결재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팀장아, 착각하지 마라. 당신과 매일 1시간의 휴가를 함께 보내고 싶어 하는 직원은 없다. 당신이 업무능력이 뛰어나 팀원들의 업무 진행에 도움이 된다 한들, 당신이 수평적 사고관으로 권위적이거나 일방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한들, 당신과 함께 휴가를 즐기고 싶어 하는 직원은 없다. 다시 한 번 주지하지만 점심시간은 휴가다. 11시가 넘으면 당신의 막내 팀원은 공포에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뭐 먹을까?”


라고 묻는 당신의 친절한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고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라. 당신은 질문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국 당신이 결정하지 않는가. 그것은 업무 하나로 족하다. 휴가지를 결정하고 그곳에서 즐길 음식의 메뉴까지 당신에게 결재받는 일을 하게 하지 마라. 당신과 함께라면 목욕탕도 회사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마라. 즐거운 식사 메뉴판을 업무 결재판으로 바꾸는 월권을 그만 멈추라.


그리고 궁금해하지 마라. 점심시간에 당신의 팀원이 무엇을 먹건, 어디를 가건, 누구를 만나건 회사 법인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관심을 끄라. 그리고 말하지 마라. 당신이 무엇을 먹었건, 어디를 갔건, 누구를 만났던 회사 법인카드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면 말하지 마라. 당신의 팀원은 그것이 전혀 궁금하지 않다. 일로 만난 사이에서는 그것도 상하가 명확한 직위 아래에서 회사 생활이 아닌 개인의 생활을 묻고 말하는 것 자체가 폭력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인생은 시간이다.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할 권리가 있다. 그것이 자유다. 관례가 관습이 문화가 그래서 나를 희생하는 시대는 갔다. 업무시간에 일을 하고, 휴게 시간에 쉬는 것.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우리는 그 당연을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다. 이제 이야기하자. 점심시간은 휴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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