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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욱 Apr 30. 2021

예술이 먼저인가, 행정이 먼저인가

문화재단 입문 가이드

"예술이 먼저인가, 행정이 먼저인가."

보조금이란,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가 행정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공공단체 ·경제단체 또는 개인에 대하여 교부하는 돈을 일컫는다. 즉, 행정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민간단체나 개인에게 행위를 위탁하고, 그 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예술행정에서의 대표적인 보조사업은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이다. 


국가는 헌법으로 규정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문화예술진흥법(1972), 문화예술교육지원법(2006), 문화기본법(2014), 지역문화진흥법(2014) 등을 제정해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있다. 


국민의 문화향유권과 문화예술인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위의 법령을 근거로 둔 문화예술행정기관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국가기관으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이 있고, 지역으로는 17개 광역 시도문화재단과 80여 개 기초 시군구문화재단 등이 설립되어 앞서 얘기한 예술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문화재단 등의 중간지원조직을 거치지 않고 광역 및 기초 지자체의 문화예술 관련 부서에서 직접 지원하는 보조사업들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문화예술 보조사업의 대부분은 크게 이러한 형태로 지원되어 지역의 문화예술 현장으로 가는 구조다. 또한 문화예술지원사업은 예술창작과 예술교육으로 나눌 수 있는데 예술창작은 말 그대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하며, 예술교육은 예술강사 등의 전문인력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을 말한다. 


대표적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보조금인 문화예술진흥기금은 1973년「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조성·관리하고 운영하도록 조성된 기금이다. 그러나 2003년 헌재 위헌 판결로 문예기금 모금제도가 폐지돼 연간 400억 원 규모의 자체 재원이 사려져 최소한의 사업 유지를 위해 일반 회계를 비롯한 국민체육기금, 관광기금, 복권기금 등으로부터 매년 전입금을 받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국고보조금)와 광역 문화재단(지방보조금) 매칭으로 추진되던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의 경우 2019년부터 지역(광역) 문화예술지원사업은 기금 고갈 위기와 지역균형발전 정책 등의 사유로 지역발전 특별회계로 지방 이양하여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05년「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같은 법에 따라 2009년 서울, 강원, 제주 센터를 시작으로 현재 17개 광역문화재단에 지정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대표적인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이다. 이 또한, 문예진흥기금사업과 마찬가지로 관련 국가예산이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따라 차츰 지역(광역)으로 이양될 계획이다. 


지원사업은 대체로 연말연초에 공모를 통해 선정하며 지원금은 적게는 2~300만 원에서 많게는 기천만 원까지 사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문제는 수년간 지속된 지원사업으로 인해 예술단체와 예술가들은 관성적으로 지원금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부 예술가들은 지원사업을 위해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매년 공모사업 결과발표 이후 문화재단 등의 지원기관 담당자는 탈락자들의 원성과 항의에 시달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활동하지 말라는 것이냐?" "네들이 뭔데 내 예술을 평가하느냐?"   

   

어떠한 심의도 완벽하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존재할 수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참관 제도, 옴부즈만 제도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을 통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계속해서 보완해야 하는게 예술행정가의 역할이다. 


반대로 공공의 예술지원사업을 신청은커녕 스스로 거부하는 예술가들도 존재한다. 공익의 목적이라는 미명 하에 예술가인 자신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용하거나 통제하려 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문화예술지원사업은 팔 길이 원칙을 준용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예술창작활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활동이고 유일무이한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아무리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도 예술지원사업의 보조금은 공적자금이기 때문에 예산 집행에 대한 제한과 결과보고 및 정산 등의 필수 간섭? 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공공재를 이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예술가라 할지라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 서서 사고하기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행정가는 행정을 우선에 두고 생각하고, 예술가는 예술을 우선에 두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예술행정가는 행정 앞에 붙어 있는 예술을 우선에 두고 행정을 생각해야 하고, 에술행정에 참여하는 예술가 역시 예술 뒤에 붙어 있는 행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행정이 예술을 지원하는 것인가, 예술이 행정을 지원하는 것인가. 

예술행정은 예술과 행정이 예술가와 행정가가 상호 보완적 요소로 작용할 때 비로소 순기능을 수반한다. 그러한 이유로 예술가와 예술행정가는 함께 고민해야 한다. 누가 먼저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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