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라임라이트 - 무쟈키 - Cafeshop
내 앞에 뚝하고 떨어져 들이닥쳐버린 도시, 가고시마. 후쿠오카의 근교 도시 일정 중에 포함되곤 하는 규슈 지방의 최남단. 아직 단독 여행지로서는 미지의 영역이라 도전을 '감행'해야 재미를 볼 수 있었던 곳. 식을 줄 모르던 8월의 크리스마스(25일), 가고시마에 입성했다. 여기서 단 맛을 볼 줄은 몰랐지.
덴몬칸 중심가에서 약간 비껴나있는 한적한 곳. 소심한 이자카야 주인이 간판 네온을 끌 무렵에도 주황색 입간판을 은은하게 켜둔 커피집. 아쉬운 마음에 숙소 근처를 돌다가 우연히 발견했다는 실화. 겉에서 보기에는 허름한 술집 같기만 한데, 들어서면 앤티크 바이브가 훅하고 끼쳐온다. 혼자 커피를 후룩할 수 있는 바(bar) 느낌의 좌석, 나무, 물 끓이는 습윤함이 제일 먼저 감지된다. 한결같이 따뜻한 드립과 얼음컵을 꼴깍- 꼴깍-하는 메뉴 취향을 여기서도 고수했다. 깊은 밤이었는데 혼자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꽤 많군. 외롭지 않은 외딴 섬 같았다.
가고시마 디저트의 본게임, 정수, 하이라이트, 노른자, 엑기스. 일단 다 가져다가 붙인다. 흔한 시그니처이기도 하지만, 참 예쁘고 달콤한, 디저트의 존재 목적을 완벽히 달성하고 승천하는 느낌의 빙수. 사실 이 곳에는 꽤 많은 종류의 빙수를 판매하고 있는데, 시로쿠마(백곰) 빙수가 단연 원탑 인기를 자랑한다. 이 빙수는 뽀얀 우유 빙수에 앙증맞은 것 - 젤리, 과일, 과자, 색깔얼음 - 들을 뽀짝 뽀짝 얹은빙수다. 베이비 사이즈 하나를 시켜 1인 1빙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4인 가족이 4개의 빙수를 시키고, 하나씩 완빙하는 흐뭇한 씬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가고시마 속 도쿄 감성을 간직한 커피집을 발견한다. 1층에서 커피, 패션 잡화, 책, 디자인 문구류를 판매하며, 2층은 헤어샵인 것 같다. 매거진에서 (사장님) 마음에 드는 부분을 찢어 붙여서 꾸민 벽면과, 금속과 매끈한 석조의 조화가 예뻤던 곳. 하얀 대리석 타일이 톤앤매너를 리드하는데, 깔끔한데 차갑지는 않아서 따라하고 싶었던 곳. 주변에서 '시시', '콜콜', '속닥', '소곤' 하는 재잘거림이 계속되고, 맥북을 켠 채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다. 리뉴얼한 코워킹 스페이스 같기도 한 모습. 말끔한 유리잔과 당 충전을 보장하는 베이커리류가 대기 중. 생크림을 꼼꼼히 발라서 초코 브라우니를 오물거린다. 왜 이렇게 달달하고 난리야.
화산 섬이 발 아래 펄펄 끓고, 여기 태양은 서울 보다 크고, 흑돼지도 지글지글 튀겨지고, 소바도 모락모락 김이 나는 도시. 내 머릿 속에 가고시마는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치만 유리컵 안에서 얼음이 팅팅 탱탱 부딪히는 소리가, 젤리가 입 안 가득 부서지는 질감이 대부분이었던 시간. 오해는 금물. 도시가 보이는 것보다 달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