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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링 Sep 28. 2018

가고시마, 보이는 것보다 달 수 있음

카페 라임라이트 - 무쟈키 - Cafeshop



내 앞에 뚝하고 떨어져 들이닥쳐버린 도시, 가고시마. 후쿠오카의 근교 도시 일정 중에 포함되곤 하는 규슈 지방의 최남단. 아직 단독 여행지로서는 미지의 영역이라 도전을 '감행'해야 재미를 볼 수 있었던 곳. 식을 줄 모르던 8월의 크리스마스(25일), 가고시마에 입성했다. 여기서 단 맛을 볼 줄은 몰랐지.



가고시마를 대표하는 두 가지. 덴몬칸 거리와 흑돼지.




첫번째. Limelight (카페 라임라이트)


덴몬칸 중심가에서 약간 비껴나있는 한적한 곳. 소심한 이자카야 주인이 간판 네온을 끌 무렵에도 주황색 입간판을 은은하게 켜둔 커피집. 아쉬운 마음에 숙소 근처를 돌다가 우연히 발견했다는 실화. 겉에서 보기에는 허름한 술집 같기만 한데, 들어서면 앤티크 바이브가 훅하고 끼쳐온다. 혼자 커피를 후룩할 수 있는 바(bar) 느낌의 좌석, 나무, 물 끓이는 습윤함이 제일 먼저 감지된다. 한결같이 따뜻한 드립과 얼음컵을 꼴깍- 꼴깍-하는 메뉴 취향을 여기서도 고수했다. 깊은 밤이었는데 혼자 커피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꽤 많군. 외롭지 않은 외딴 섬 같았다.


덴몬칸에서 일탈한 결과가 이리도 아름다울 줄 몰랐다.



드립 내리느라 진땀흘리는 바리스타 앞에서 쓴 커피를 '크-'하고 마시는 시늉에 여념없었다.





두번째. 무쟈키


가고시마 디저트의 본게임, 정수, 하이라이트, 노른자, 엑기스. 일단 다 가져다가 붙인다. 흔한 시그니처이기도 하지만, 참 예쁘고 달콤한, 디저트의 존재 목적을 완벽히 달성하고 승천하는 느낌의 빙수. 사실 이 곳에는 꽤 많은 종류의 빙수를 판매하고 있는데, 시로쿠마(백곰) 빙수가 단연 원탑 인기를 자랑한다. 이 빙수는 뽀얀 우유 빙수에 앙증맞은 것 - 젤리, 과일, 과자, 색깔얼음 - 들을 뽀짝 뽀짝 얹은빙수다. 베이비 사이즈 하나를 시켜 1인 1빙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4인 가족이 4개의 빙수를 시키고, 하나씩 완빙하는 흐뭇한 씬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포토존으로 존재를 알리는 백곰선생. 좌곰과 우곰의 온도차가 너무하다.
시로쿠마 빙수 베이비 사이즈. 예쁘고, 귀엽다. 하고싶은 거 다 해.




세번째. Cafeshop


가고시마  도쿄 감성을 간직한 커피집을 발견한다. 1층에서 커피, 패션 잡화, , 디자인 문구류를 판매하며, 2층은 헤어샵인  같다. 매거진에서 (사장님) 마음에 드는 부분을 찢어 붙여서 꾸민 벽면과, 금속과 매끈한 석조의 조화가 예뻤던 . 하얀 대리석 타일이 톤앤매너를 리드하는데, 깔끔한데 차갑지는 않아서 따라하고 싶었던 . 주변에서 '시시', '콜콜', '속닥', '소곤' 하는 재잘거림이 계속되고, 맥북을  채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다. 리뉴얼한 코워킹 스페이스 같기도  모습. 말끔한 유리잔과  충전을 보장하는 베이커리류가 대기 . 생크림을 꼼꼼히 발라서 초코 브라우니를 오물거린다.  이렇게 달달하고 난리야.


어, 신기하다! 라고 육성으로 터져서 말했었다. 되게 도쿄 같았거든.


네온 사인으로 꾸민 슬로건과 한 장씩 뜯는 포토 캘린더. 이 디테일 사랑해.
통이 넓은 유리컵에 콜드브루, 인심 좋게 올린 생크림과 초코 브라우니. 달다 달어.




화산 섬이 발 아래 펄펄 끓고, 여기 태양은 서울 보다 크고, 흑돼지도 지글지글 튀겨지고, 소바도 모락모락 김이 나는 도시. 내 머릿 속에 가고시마는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치만 유리컵 안에서 얼음이 팅팅 탱탱 부딪히는 소리가, 젤리가 입 안 가득 부서지는 질감이 대부분이었던 시간. 오해는 금물. 도시가 보이는 것보다 달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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