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이바시 상미식당
<가정식> 이라는 키워드에 다양한 기대를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풀이해보면, "가정에서 먹곤 하는 반찬을 포함한 현지인들의 주식"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테다. 맛집, 유명한 먹거리와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여행자가 충분히 욕심낼만한 로컬들만의 음식. 최근 덮밥류, 우동, 스시를 제치고 일본 가정식 컨셉의 음식점이 서울에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상차림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밥상을 찾아나섰던 기록.
집에서 먹는 것보다 더 건강한 바깥음식을 모토로 하는 밥집이었다. 저농약으로 재배된 현미밥과 된장국이 중심이 되고, 반찬의 메뉴는 데일리로 변경된다고 했다. 제철 야채로 구성된 저자극의 밥상이라니, 여행지에서 이런 건강한 발상을 내 자신이 기특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미 점심시간이 한창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의 '헬시플레이트' (점심은 900엔, 저녁은 1000엔 수준)을 기다리는 사람들. 혼밥석이 널찍하게 마련되어 있어 마음이 편안했다. 단체석과 확연히 구분되어 있었다. 인기가 많은 밥집임에도, 밥알을 세어가며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혼밥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좋았다. 아무래도 이 밥상에 집중하고 이 메뉴를 진심으로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은, 약속없이 오로지 이 메뉴만을 위해 방문한 1인 손님들이었으니까 (찡긋)
얼마쯤 기다렸을까. 실망시킬리 없는 모습의 야채들이 플레이트를 가득 채웠고, 고슬고슬한 현미밥과 깨소금의 질감이 느껴지고, 미소국의 온도감이 벌써 뱃속을 덥혀주는 느낌이 들었달까. 일본의 가정식은 눈으로도 먹는 느낌이라 항상 만족스럽다. 정말 밥알 하나, 메뉴 하나를 헤아리며 먹는 느낌이거든.
야채조림의 서걱한 질감과 대비되는 빠각하는 튀김의 조화, 따뜻한 국물과 밥의 온도감. 결코 과한 표현은 아니다. 실제로 일본의 전통 도시락을 일컫는 <마쿠노우치>를 구성함에 있어서도, 색깔/질감/온도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 미학의 법칙에서 꽤 중요한 원리가 된다고 했다. 그야말로 몸에 좋은 집밥이지만, 찍어서 남기기에도 예쁘고, 속을 덥혀주는 데에도 그만인, 여행자에게 꽤 좋은 선택지다.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s)이라고 알려진 곡물과 야채중심의 밥상. 그 흐름의 시작은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사실 좀 낯선 구성이라 이 트렌드는 꽤 힙하고 고급스러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치만 우리나라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고,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자산과 전통이 있는데 일본이 독식하는 느낌이라 아쉬운 바가 크다.
김치와 버거를 붙이고, 불고기를 프라이에 얹는 작업은 아무래도 무리다. 붉은 당근에 하얀 무, 노오란 버섯을 한번에 졸이고 여기에 푸른 청경채와 시금치를 버무려 올리는 것만으로도 예쁜 것을. 나의 밑천을 무리하게 털어서 쫓아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본 가정식과 내 한국 밥상에서 상념이 길어졌다. 결론적으로, 꼼꼼히 뜯어보며 먹기에 참 재밌어서 도시마다 꼭 가정식 한 끼는 챙기게 된다. 당신의 여행에서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