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사 나미키야부소바
아사쿠사에 숙소를 잡았던 터라, 일정의 마지막 날 가뿐하고 섭섭한 걸음으로 센소지를 찾았다.
나카미세도리(카미나리몬에서 호조몬까지 쭉 뻗은 상점가)를 쭉 걸어가면서 동-그란 당고를 먹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떡에 매우 고운 콩가루를 뿌리니 기분 좋은 식감의 간식이 되었다. 사실 당고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 곳 나카미세도리에는 온갖 먹거리들이 즐비한, 먹자판이 펼쳐지는 곳. 그러나, 최종 목적지를 향해 더이상은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쭉 걸어나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무려 100년의 전통을 가진 소바집을 만나게 된다.
타이밍을 잘 맞추어서인지 항상 붐빈다는 이 집 앞에 아무도 없었다.
휴일인가 싶은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가게에 빼꼼하고 고개를 들이미니 이제 막 꽉 찬 가게 앞에서 첫 대기를 하게 되었다. 럭키하게도 5분만에 바로 입장!
내가 입장한 이후로는 무시무시하게 빠른 속도로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메뉴가 소바이다 보니 회전율이 좋았다. 그렇기 때문에 금방 소바를 맛볼 수 있으니 약간의 인내심만을 발휘하면 된다.
6월의 뜨거운 도쿄를 신나게 걷다 들어온 나는, 더운 숨을 후우하고 몰아쉬며 가게에 들어앉았다.
주인 할머니께서 굉장히 상냥하게 인사하시며 물을 내오시고, 나무냄새가 풍겼다. 아 너무 좋았다. 새삼스레 기분이 굉장히 좋아져서 두리번거리면서 실실 웃었다.
천장은 한적해보였지만, 사실 이 곳도 관광명소나 다름없어서 사람이 구석구석 꽉꽉 들어차 있었다. 그래도 정원만큼만 출입이 제한되나 보니, 바깥의 웨이팅과 상반되게 도란도란 소바 먹는 '아지트' 같은 분위기가 유지된다.
맛은 사실 말해 뭐해. 탄성이 터져나오는 걸 거르지않고, 고개까지 끄덕이며 열심히 먹었다. 그러던 중 내 맞은 편에 앉은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대만에서 온 나홀로여행자 였는데, 내 노트를 보고 한국인임을 알았다며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소바를 먹는 나를 보며 굉장히 놀란 듯 보였다는 것이 함정이랄까. 같이 충만하게 식사를 즐기고 남아있는 일정간 즐거운 여행을 빌어주었다.
가게를 나설 때의 풍경은 들어설 때보다 훨씬 붐비는 분위기. 다만, 사람들이 가게만큼이나 정갈하고 얌전하게 줄을 서있었다. 할머니는 그런 사람들을 성심성의껏 모시고, 기분좋게 들이고 내고 있었다.
소바의 맛도 물론이지만, 그 공간이 풍기는 이미지를 소비했던 시간이다. 그 공간에 걸맞게 나를 대우하고 즐기게끔 노력해주는 친절한 손길들. 이래서 오는구나. 여기를. 일본을. 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