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좋은 공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앞다투어 전에 없던 개념을 만들어낸다. 카페, 술집, 레코드샵, 가구점까지 아우르는 재미있는 공간들이 즐비하다.
도쿄의 공간 트렌드 입문서라는 다이칸야마의 <츠타야>서점을 찾았다.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알려진 '핫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으며, 공간을 포함한 비즈니스와 브랜드의 고유함에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도쿄 비즈니스 산책>, <퇴사준비생의 도쿄>와 같은 서적이 탄생한 배경도 그 관심을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을지. 유통의 관점에서 소비자의 관점으로 공간을 구성한 책방. 가로수길스럽게 잘 닦여있는 주변 분위기와 통유리로 압도하는 트렌디함의 성지같은 느낌을 받았다.
첫 방문 당시에도 이미 익숙했다. 앞다투어 츠타야 앞의 인증샷을 보아왔던 터라 마치 이태원을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철자를 겨우 읽는 실력이니 이곳에서 탐독을 할 리는 없을 것 같지만. 기대감을 한아름 안고 입장한다.
잡지 섹션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글을 읽지 않아도 얼추 재미있는 이미지들로만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 내가 항상 경외롭게 여겼었던 일본 특유의 디테일까지 책임지는 장인정신. 생각도 못한 데까지 꾸며서 감탄하게 만드는 귀여운 부분들이 쏙쏙 등장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런 정신을 <코다와리>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고, 잡지 섹션에서도 그런 특성이 물씬 풍겼다. 온갖 분야로 쪼개어져 있는 잡지들이 알록달록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집어든 사진 속의 잡지는 문구류의 신상품, 디자인 분석, 트렌드, 후기를 몽땅 집대성한 잡지였다. 한때 필기구 덕후로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츠타야의 공간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도서의 장르나 철자순의 구분이 기준을 지배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역사서도 있고, 소설류도 있는데 한 섹션에 비치된 것이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그치만 조금 익숙해지만, 공간 속의 콘텐츠를 즐기기에 더없이 훌륭한 구성임을 알게된다. 섹션마다 중심에 굿즈(goods)를 비치하여 조성한 것이 서가마다 눈에 띄었다. 여행 서적 옆에서 관광사의 상담테이블, 캐리어, 여권 케이스를 만났다. 케이스를 살짝 만져보며 고민했다는 후문.
여행서적이 즐비한 곳에서 "대한민국"을 꺼내들어 보기도 했다. 요즘은 어떤 공간이 해외의 여행자들에게 대세일지 꽤 궁금했다. 그리고 빼꼼 모습을 드러난 페이지.
무려 <Gimbap heaven>이 소백산 국립공원 근처의 식당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 포진해 있기 때문에 접근성 최상이고, 저렴하게 한국식 식사를 크게 나쁘지 않은 맛으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이긴 하다. 마냥 부정할 수는 없는 팩트였다. 그래도 웃음이 터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츠타야는 공간 내 정보를 서치하는 도구로 태블릿을 비치해두었다. 단순히 도서의 재고를 찾는 것 뿐만 아니라, 파트너십이 있는 브랜드와 컨텐츠에 관련한 서치까지 제공했다. 아직 교보문고는 시도하고 있지 않은 부분이다. 이전의 모습에 비해 꽤 많은 진화를 거듭해온 교보문고는 책 읽는 공간의 대명사쯤은 되어가고 있는 듯 하나, 아직 "브랜드"가 되지 못하는 핀트가 츠타야와의 차이에서 드문드문 엿보였다.
최초에 츠타야를 알게 된 계기가 여기에 나타났다. 매거진 B를 매월 구매하지는 못하지만, 주제는 항상 캐치업 하고, 관심이 가면 과월호도 찾아보는 편이다. 당시 공간이 소개된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신기하다고 느꼈었다. 츠타야 속의 츠타야 속의 츠타야를 보는 기묘한 순간. 공간의 입문서답게 이런 모습을 연출할 수 있게 된다.
빙글거리며 둘러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는 중이었다. 스타벅스와의 경계 없이 운영되고 있어서 이 곳 스벅은 마치 종로나 광화문의 스벅처럼 책과 태블릿을 끼고 개인 업무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 정도로 밀결합을 하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카페들이 코워킹 스페이스이자 개인의 작업공간으로 진화했다는 건 분명하다. 공간 입문도 마쳤고, 기묘한 볼거리들도 챙겼으니, 이제 허기진 배를 채울 규카츠를 찾아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