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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링 Jan 06. 2019

후쿠오카, 바야흐로 명란의 시대

멘타이쥬 - 후쿠야




밥상머리 주인공은 나야 나


후쿠오카에서는 먹거리의 주인공이 뚜렷해서 좋았다. 모츠나베(곱창전골), 돈코츠라멘, 그리고 멘타이코(명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다. 빨갛게 절여진 젓갈로서의 이미지로만 존재하던 명란이, 이제는 조금 트렌디한 메뉴에 이름표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아보카도와 명란을 결합한 보울류, 명란 프리미엄을 붙이면 60% 정도는 가격이 오르는 술가게의 흔한 메뉴들이 주요한 예가 될 것이다. 우리는 금방 잡아내지 못했던 명란의 매력, 후쿠오카에서는 이미 귀빈대접 중이었다.



후쿠오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명란덮밥집을 찾았다. <멘타이쥬>는 나카스카와바타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만날 수 있다. 기존에 머리에서 그리던 명란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외관이라, 주변에서 한참을 맴돌았다. 찐한 녹차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개성있는 윤곽의 목재 건물. 여기가 명란덮밥 집이라니 (기대)



박물관이나 대형 티 브랜드의 플래그십 같은 모습인 명란 맛집의 자태



입장하면, 1-2-3-4단계 맵기의 양념을(덮밥에 곁들일) 고르고, 나무딱지를 부여받아 자리로 안내된다. 주문시에 이 나무딱지를 내밀면, 이에 맞게 조리해주는 듯 하다. 메인메뉴는 명란덮밥+(미소국)+(쯔케멘)등으로 더하고 빼는 정식류이다. 가격은 2800엔 수준으로 덮밥치고는 높은 편이다. 그치만 가게에서 꽤 시간을 보낼 수 있을만큼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이미 많은 명사들이 오고간 이 곳, 매우 차분한 분위기 속에 명란을 기다린다.





우리도 더 집요했으면 좋겠어


명란덮밥의 맛은 물론이고, 정갈한 식기와 구성으로 버무려진 정식이 값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켰다. 조용한 식탁에 따뜻한 물수건을 건내준다. 뽀득뽀득 손을 닦고, 젓가락으로 한땀한땀 밥을 쥐고, 맛있게 먹는다. 이 경험 자체가 여행자에게는 참 재밌고 뿌듯한 경험이다. 한 도시의 특수한 먹거리를, 로컬의 디테일을 살린 예쁜 공간과 차림새로 소비하는 것. 그게 여행의 다라고 해도 무방한 걸.


기다리던 그것이 실체로 나타나기 3초 전쯤. 허기가 덮쳐온다.
깔끔하게 몸을 올린 명란과 미소국을 함께 먹었다.



몇해전부터 우리나라의 김밥도 명란과 같은 운명을 이어가고 있다. 고유한 먹거리였고, 소박해서 당연했던 것. 쉽게 만들어 먹기도 하고, 누구에게 크게 불호로 갈려나가지 않는 대중성을 지닌 간식.

고봉민김밥, 바르다 김선생, 단풍애 김밥과 같은 프리미엄 김밥브랜드들이 어느 순간 군단으로 나타났는데 사람들과 여행자들의 반응이 이전과는 달랐다. 김밥을 대하는 TPO, 지출에 대한 기준이 상향되었다. 이것을 조금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 어떨까 했다.


멘타이쥬와 같은 다이닝 형태로 발전되기도 하고, 아예 명란을 대상으로 한 상점도 들어선다. 명란 전문샵인 <후쿠야>는 명란으로 만든 거의 모든 먹거리를 판매한다. 이것이 후쿠오카 여행의 필수 방문지임은 말할것도 없고. 명란 마요네즈, 명란 센베, 명란 스프레드, 염도와 맵기를 달리한 단계별 명란들. 이 집요한 디테일이 늘어질수록, 재미를 만들고 그것이 프리미엄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줄을 서고, 자연스럽게 그 앞은 나날이 붐비기 시작한다. 나 역시 친애하는 서울러들에게 이 후쿠오카의 꿀재미를 나누고자 명란센베를 한아름 안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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