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카페 KAPUKA
오키나와는 북부-중부-남부로 나뉘어 3색의 일정을 꾸릴 수 있다. 그 중 중부 아메리칸 빌리지는 유난히 색감이 도드라지는 요소가 많아 여행자가 찾기에 참으로 매력적인 곳이다. 채도가 높은 조형물이나 디저트는 항상 마음을 동하게 한다. 칫- 하면서도, 알록달록한 것을 보면 기분(이)가 좋아지는 건 남녀노소 어쩔수가 없다. 그렇기에 아메리칸 빌리지에서 참으로 채도 높은 양질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상점가나 거리 구석구석에 눈을 돌리면 항상 색깔과 패턴으로 꽉찬 모습, 그리고 이를 아이처럼 좋아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허기가 진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식당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해산물이나 바베큐, 버거 메뉴가 즐비한데 조금 부담스러운 걸. 와규를 곁들인 샐러드가 유명하다는 브런치 카페 <KAPUKA>를 찾는다. 눈이 바빴던 터라 식단은 조금 담백하기를 바랐던 거겠지.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양 손에 샐러드 보울과 수프, 아이스커피를 든 종업원이 방끗하고 웃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은 마치 '너는 곧 놀라게 될거야, 애송아'라는 눈짓이었던 걸까. 현실 음성으로 탄성이 터졌다. 와아- 색깔이 한 그릇이네.
한 눈에 들어오는 아보카도 꽃과, 와규 몇 점외에도 연근 튀김, 야채로 모양을 낸 조그마한 가니쉬, 노오란 옥수수 수프 모두 입 안에 넣고 평화로운 한 끼를 장식한다.
'외딴 남쪽섬'의 이미지를 간직했고, 실제로 한국의 제주와 함께 그룹핑되는 오키나와는 확실히 따스하다. 그렇기 때문에, 입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무렵에는 이 따뜻한 도시 생각이 간절하다.
온도감과 더불어서 오키나와를 찾게하는 감각은 바로 '색감 폭행'을 당했던 기억이다. 도시 면면에 가득했던 채도의 더미와, 여기에 금상첨화 격이었던 <색깔 한 그릇> 가득 담긴 와규샐러드. 메마른 겨울의 창가에서 이 한 그릇이 문득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