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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링 May 01. 2019

삿포로, 해장 파르페로의 입문

스스키노 바라 펭귄당




어디에서도 즐긴 적 없던 '쓴단쓴단'


술을 곁들인 저녁을 와다다닥 털어넣었다. 배부르지만 아쉬운 마음과, 살짝 알딸딸한 시선을 만족시킬만한 것이 없을까?


삿포로에서 술과 연결되는 '시메파르페'라는 재미있는 식문화를 알게됐다. 파르페라고 하면 흔히 유럽에서 유입된 샤랄라한 디저트를 떠올리게 되는데, 술을 마시고 해장격으로 이 파르페를 먹는다는 삿포로 사람들. 우리가 흔히 얼큰하거나 시원한 국물로 이튿날 아침 속을 달래는 것과는 다르게, 이 곳에서는 술을 마신 뒤 입가심격으로 파르페를 먹는다. 그래서, 디저트 카페와 바의 분위기를 합친 형상의 가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단짠단짠보다 더 강렬하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밤새 '고진감래(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를 즐길 수 있겠는걸. 



파르페 먹으러 가는 길에 발랄한 네온사인과 키치한 디자인 요소로 꾸며진 샵. 한번쯤은 입장해보고 싶었다. 





곳곳에 설치한 웃음지뢰


작은 골목길로 접어들 무렵 파르페 가게를 발견한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 하였으나, 귀염뽀짝한 형상이 '네 가 찾는 그 곳이 이 곳이다'라고 명료하게 알려준다. 담배연기가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이자카야 사이에서 저 소프트콘은 꽤 당돌하게 보여져 코웃음이 났다. 여기서부터 괜히 픽-하고 웃기 시작했다. 


무거운 존재감의 술집 대문 앞에 우뚝 선 귀염뽀짝한 것.



'띠링-'하고 입구를 밀면, <바라 펭귄당>라는 이름답게 입구에는 마카롱 군단을 이끄는 펭귄의 손인사.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지는 술병의 향연. 저 귀여움을 곳곳에 전파하고자 하면서도 쩔쩔매는 느낌이 들어서 역시 좀 웃겼다. 바 석에 앉아서 저 병들을 헤아려보기도, 펭귄사마를 살짝 터치해보기도 했다. 



이 신기한 공간의 선봉장 펭귄사마와 견고한 술병부대.





각자의 의미대로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들


'시메파르페'를 향유하는 곳이다보니,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첫째로는, 맛있는 파르페를 먹으러 오는 곳. 내가 맛본 것은 솔티트카라멜모카 파르페였는데, 그 단품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퀄리티다. 저녁시간이 약간 지난 초저녁에 이곳을 방문했는데, 실제로 디저트를 즐기로 온 여성고객들이 꽤 많았다. 아무래도 홋카이도의 유제품이 워낙 맛있기 때문에, 맛없기는 힘들다. 


둘째로는, 다양한 주종을 편하게 즐기러 오는 곳. 와인부터 위스키, 칵테일까지 꽤 많은 주종을 다루고 있다. 바석을 마주보는 위치에서 파르페를 잘 만드는 바텐더(?)가 3명 정도 일하고 있다. 따라서 술맛도 만족스럽다. 바석에서 파르페는 주문하지 않고, 홀로 연거푸 위스키만 머금는 남성 고객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둘 다 할 수 있는 곳. 나는 마지막 의미로 이 곳을 소비했다. 시메파르페가 자연스럽기 때문에 '드링크+파르페' 세트가 시그니처 메뉴이다. 오늘을 끝내기 위해 해장하러 온 건은 아니지만, 쓴-단-쓴-단이 반복되니 긴긴밤을 마실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파르페를 퍼먹거나, 독주를 머금거나, 아니면 둘 다 하거나.
그저 해장용만은 아닌, 예쁜 얼굴의 파르페들. 



온더락 스타일의 위스키를 긴 호흡으로 먹었건만, 1차로 먹었던 반주 덕분인지 훅-하고 취기가 끼치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마지막 한스푼으로 바닐라맛을 더하니, 헤어나올 수 없는 굴 속(?)인 듯한 기분이었다. 서울에도 비슷한 곳이 있을지언정 디저트의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이 정도로 캐주얼하게 찾을 만한 곳은 없으리라.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해장을 원하는 이들이 자리를 찾아, 의자를 빼고 일어섰다. 뒤돌아 본 카운터에 올려진 세트가 정말,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끄덕였다.



소프트콘 모양의 전등과 술병이 든 아이스버킷의 동침이 이제는 좀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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