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트 커피
홋카이도(북해도)에 뿌리를 둔 디저트 브랜드가 유난히 많다. 선선한 날씨와 드넓은 목초지대 덕에 잘 먹고 자란 소들이 양질의 우유를 내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기 가로수길에서 꽃을 피운 일본 디저트 브랜드는 모두 홋카이도의 우유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얼마나 다르겠어? 싶겠지만, 느낌적 느낌으로 그치지 않는다. 혀 끝으로도 바로 느낄 수 있을만큼 다르다. 로이스, 르타오, 롯카테이, 기타카로 등 머리 위를 수놓는 기라성과 같은 디저트 브랜드는 다 웰빙 젖소 덕이다.
주전부리를 즐기는 편이지만, 음료를 마실때는 거의 차나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아니고, 메인식사를 마치고 입에 더 강렬하게 남는 달다구리 음료의 잔재(?)가 싫어서다. 그치만, 오늘. 지금. 이곳에 있는 동안은 우유를 잃지 않기로 한다. 그래서, 실제로 라떼만 마셨다. 휘핑을 올리고, 설탕을 넣는것까지는 부담스러워서 꼬소한 라떼를 '기본 주문값'으로 삼았다.
역에서 스스키노로 향하는 길에 찾을 수 있었던 바리스타트 커피(barist + art). 폭풍 뚜벅이 로드를 시작하기전 시원하게 찰랑이는 라떼 한 잔을 픽업하러 들르게 되었다.
통상 카페의 메뉴를 보면, 에스프레소 메뉴라인업 순서는 (에스프레소) - 아메리카노(혹은 롱블랙) - 라떼-모카-기타 달다구리류로 이어진다. 에스프레소는 가끔 맨 아래에 숨겨지기도 하기 때문에, 서열 1순위는 무첨가의 아메리카노인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라떼가 맨 윗라인을 점하고 있었다. 하코다테 / 토카치 / 비에이산 프리미엄 우유로 구분하여 세 가지 중 택 1을 할 수 있도록 풍부한 설명도 곁들여져 있다. 본격, 라떼가 1인자 되는 이 곳. 나는 직원 추천해준 토카치 라떼를 골랐다. 곧이어 나를 부르고, 때깔 고운 라떼의 그라데이션(!!!) 한 번 관찰해주고, 거침없이 섞는다. 그리고 마신다. 그 어디서도 마신적 없던 무지 찐한 라떼의 맛이 느껴진다.
매장 내 좌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4-5석 정도가 있는데, 대부분은 테이크아웃해서 나가는 모습. 삿포로 시내 구석구석을 돌 요량으로 시작한 하루. 꼬소한 라떼 한 잔이 부스터(?)가 되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제 여정을 시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