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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링 Jun 23. 2019

도쿄, 하루종일 미술관 뚜벅이기

롯폰기 모리미술관 - 21_21 디자인사이트 - 미드타운 돗자리 전시회



천국에 가장 가까운 미술관 : 모리미술관


모리타운은 롯폰기힐스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천국에 가장 가까운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모리미술관을 방문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 곳. 모리타운 입구로 가는 길목에는 롯폰기 힐스의 시그니처, 거미 모양의 조각 <마망>이 방문자를 맞아준다. 거미의 다리 한 짝을 넘어서 뚜벅뚜벅 걷는다.


롯폰기힐스 입구의 수문장 거미 <마망>


티켓오피스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구입하게 되는 패키지는 전망대+모리미술관일 것이다. 52층의 전망대를 거쳐, 53층의 모리미술관으로 쭉 연결되는 코스. 날이 맑은 날에는 오다이바, 나아가서는 후지산까지 볼 수 있는 전망이라고 하니 맘이 몽실몽실한 설렘이다. 많은 시티뷰를 보아왔지만, 애석하게도 도쿄의 풀 시티뷰는 이때까지 본 적이 없음을 상기한다. 실화인가.


이 날따라 티켓줄이 길어서인지 티켓을 겟한 순간에 이미 지쳐있었다.


그리고 처음 마주하는 럭키하게 쨍한날의 도쿄 풀 시티뷰. 지상에서 올려다보았을 때에는 빼곡히 찬 느낌이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니 새삼 하늘에 이만큼이나 미치지 못했나 싶다. 높아봤자 하늘아래임을 깨달으며 무상감마저 느끼는 가운데, 통유리를 한참 내다보게 된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아란 하늘. 구름도 방해하지 않는 날이다.


도쿄타워를 중심으로 뽈뽈 늘어선 도쿄의 개체들



전망대 끝에 위치한 모리타워, 도쿄의 굿즈들은 역시나 파아란 색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전망대를 둘러보고, 복도를 조금  걸어가면 모리미술관의 입구가 등장한다. 2004년부터 시작해서 3년마다 이루어지는 정기 전시인 <Roppongi Crossing 2019> 진행중. 일본의 동시대 미술을  연결해보자는 취지의 전시이다. 회화나 드로잉보다는 (대형)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모리미술관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장면


마스크와 고양이들의 습격
일본의 일상적 장면들에 변칙적 요소를 삽입한 미디어아트






미드타운 지하로 파고 들어간 미술관 : 21_21 디자인사이트


눈을 들어 시선을 꺾으면, 롯폰기 제 2의 행선지가 바로 엿보인다. 도시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미드타운이 그것. 더없이 '새 것 느낌'이 나지만, 녹지를 충분히 활용한 뒷켠까지 보고나면 도쿄 디자인 공간의 중심부에 서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 곳을 찾은 목적은, 지하로 들어간 미술관을 보기 위해서다.


미드타운 입구는 그야말로 블링블링한 새 것 잔치
'초록초록 + 나무나무' 충실하게 조형화한 길을 걸어가는 재미도 좋다.


21_21 디자인사이트는 이세이 미야케가 제안하고,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그야말로 도쿄에서 최고로 핫한 디자인 공간이다. [21_21] 이라는 명칭은, 흔히 영어권에서 완벽한 시각을 표현할때에 20/20 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착안하여 "한 치 앞을 더 내다보는 디자인"이라는 의미로 작명되었다. 노출 콘크리트와 대형 철판 지붕이 이 건축물의 특징을 요약한다. 전시 보다 건축 자체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더 많은듯한 모습이었다.


미드타운 정원을 걷다보니 등장한 오늘의 최종 행선지, 지하 미술관
도쿄 현대 디자인을 대표하는 공간답게 굿즈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만함이 느껴진다.




퇴갤(갤러리를 퇴장)하며 마주친 뜻밖의 전시


일본에 가는 이유 중 하나는 뜻밖으로 정교하게 귀여운 것을 많이 본다는 점이다. "귀여운 것은 항상 옳다"는 말이 있듯, 그 경험만으로도 충분한 전환을 얻는다. 오늘 하루 만으로도 지상의 미술관에서 지하까지 파내려가기까지 했으나, 갤러리를 나오는 길목에서 또 하나의 전시를 만나게 된다.


그 주인공은 "Picnic sheet exhibition"(돗자리 전시회). 당연히 이것이 있다는 것은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우연히 마주치게 된 미니전시회다. 각양각색의 패턴이나 그래픽으로 그린 돗자리를 미드타운의 잔디밭에 설치하고 사람들이 드러눕거나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피크닉 공간을 조성해두었다. 그래서 잔디밭에 나란히 멋을 낸 돗자리가 쭉 깔려있고, 사람들은 원하는 돗자리에 벌러덩 누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른 사람이 깔고 누운 돗자리 패턴을 눈치껏 감상하는 이들을 보고있자니 웃음이 나고, 돗자리는 귀엽고.


결국 나도 롯폰기 한복판에 눕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자 도쿄 뚜벅이는 여한이 없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 대형 철판 지붕을 다시 한번 넘겨다본다.


정원 잔디밭은 돗자리 전시회를 즐기는 사람들로 만석
도쿄 시민들이 깔고 앉았던 귀여운 것들의 정체를 조금이나마 규명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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