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캬비크 베르그송(Bergsson)
8월의 중순, 그러나 레이캬비크 한가운데에서 추워, 으 추워, 아 춥다-를 달고 살았다. 마음가짐부터 준비되지 못했던 한여름 추위의 습격. 차가운 아침에는 기상도 유난히 힘들다. 문을 왈칵 젖히면 코로 한가득, 내 품으로 한아름 차오르는 한기. 이럴 때 일수록 잘 먹어야 하거늘. 그 일념이 서울에서도 꿈쩍 않던 기상시간을 움직여버렸다. 6시에 바짝 눈을 뜨고, 나갈 채비를 할 수 있었던 이유. 맛있는 아침, 그리고 따땃한 커피를 마시기 위함이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경량 패딩을 단단히 여미고, 팔짱을 채우고 나면, 일단은 최선을 다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준비가 완료되었다.
첫번째, 팅그르르 : 문 열고 들어가기, 두번째는 도란도란: 다른 테이블의 대화 듣기
꽤 일찍 도착했는데, 트래킹을 앞둔것으로 보이는 일행이 먼저 한창 접시를 받아드는 중이었다. 오픈시간(아침 7시)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라 그 외에는 아직 비워진 자리들. 카운터와 테이블들, 꾸밈새들을 찬찬히 둘러보다가 자리를 잡는다. 버터와 잼, 물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사이드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걸 전부다 먹을 심산은 아니었으나, 괜시리 안심이 된달까.
그리고, 세번째 쪼로록 : 내 커피 머그 가득 채우기
메인 플레이트에 커피를 추가하면, 사이드 테이블 옆 쪽의 팟(pot)에서 마음껏 리필해서 즐길 수 있다. 아무래도 플레이트의 구성이 좀 많다보니, 기다림이 필요해보인다. 빈 속에 뜨거운 커피를 끼얹어버리고, 이제 막 시작한 오늘의 일정을 정리했다. 하루 종일 골든 서클 투어로 쉼없이 hop-on and off 가 이루어질 예정이라, 빠진 물품은 없는지 점검한다.
가벼운 인삿말과 미소, 플레이트가 내 자리로 배달된다. 빵과 버터, 과일과 야채, 곡물과 요거트, 그리고 앙증맞은 계란이(무려 자신의 전용 그릇)과 함께 담겨있다. 무엇부터, 어느 방향부터 먹어치워도 이 형상을 망가뜨리기가 꽤나 서운하다. 두서 없이 담은 것으로 느낄 수 있지만, 영양이나 비주얼이나 부족한 부분이 전혀 없는 유럽의 첫 끼로 손색없는 플레이트다. 오늘 누구보다 부지런한 나, 칭찬해.
곡물을 요거트에 푸욱 담그고, 빵에 두가지 종류의 버터를 섞어 바르고, 계란을 통통 깨뜨려서 썰어먹었다. 손이 바삐 움직이는 통에 아침을 "열심히" 먹었다고 할 뻔했다. 참 "맛있게" 먹어치웠다. 커피는 두 말하여 무엇하겠어. 한 잔으로는 당연히 부족했기 때문에 팟을 움켜쥐고 가득히 리필했다. 이제 한기에도 꿈쩍없이 링로드 투어를 시작할 준비가 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