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북유럽 감성 어묵 예찬

베르겐 <쇠스트레네 하게린>

by 베링



시장이 반찬이지, 어시장이 밥상이지


노르웨이 제 2의 도시 베르겐, 그 곳에 바닷가를 마주하고 선 시장이 있다. 해산물을 포함한 식료품들이 주욱 늘어선 이곳. 브리겐 지역에서 시내 번화가로 진입하기 위해 꼭 통과해야 한다. 목적이 없이 흐르는 길에도 시선을 붙잡는 먹거리의 향연에, 하마터면 먹어버릴(?) 뻔 했다. 오늘은 잘 익혀진, 따뜻한 식사를 원하는 바,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치만 시장한 여행자의 시장 탐방이라. 종종 걸음이 빨라질 리 없다.


우리 동네에 계셨다면 제가 매일매일 한 아름 샀을건데 말이죠
베르겐 홍보대사는 나야나





두 유 노 피스케카케?


쇠스트레네 하게린은 1929년에 문을 연, 가족이 운영하는 오랜 역사의 피스케카케 전문점이다. 2019년인 현재 기준으로는 딱 90년이 되었다. 피스케카케는 노르웨이에서 캐주얼하게 소비되는 fishcake 이다. 아침에 먹은 마른빵과 짭쪼름한 생선에 메말랐던 허기가 슬슬 올라온다. 여행 중 식생활에 있어서 유난히 '로컬'타령을 하는 나로써는 꽤 기대했던 곳이다. 아흔 넘은 피스케카케의 맛이란? 따뜻하고, 부들부들하고, 그윽할 것 같아. 궁금해, 현기증나요.


어시장의 유혹을 참고 도착했다. 이제 시작 해볼까.
올해로 90년을 맞이한 이 곳, 구호단체의 로고같은 느낌이었다
여행자보다 로컬들의 비중이 높았다.



빵이나 야채, 수프는 추가하지 않고 오직 피스케카케만을 주문했다. 목이 메니까 오렌지 소다하나를 추가.

쌀쌀한 날씨에 미스트를 교묘하게 뿌리는 듯한 미세한 비바람이 더해져서, 따뜻한 피스케카케와 수프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추위를 피해 잠시 수프로 몸을 녹이고 가는 이들이 대다수. 아이구 좋다- 로컬들의 루틴에 제대로 녹아들었다는 생각을 하며 실실(...) 웃어버린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빵 터져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금 가게 안을 둘러보며 나의 런치 플레이트를 기다리는 중.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이 맛, 어묵 그리고 피스케카케


내 눈에 나타난 노르웨이의 국민 스낵 피스케카케는 다름 아닌 어묵. 정확하게는 꼬들한 어묵 세 점, 촵촵하게 깍뚝 썰어 낸 야채와 그레이비 소스류의 끼얹음을 추가한 플레이트. 입에 넣어보니 말해 무엇하리. 정확하게 한국의 그것과 닮아있는 북유럽 어묵 되시겠다. 웃음이 피어나온 까닭은 다름아닌 반가움이랄까. 편협한 지식탓일수도 있지만, 북유럽은 나의 일상과 대단히 유리되었고 "스칸디의 그 무엇"은 항상 새롭다고 느꼈었기 때문일 것이다.





유모차를 끌고 와서 아이에게 피스케카케를 작게 썰어 먹이는 어린 엄마, 담배를 급히 끄고 어묵샌드위치를 먹는 할아버지, 바이크를 단체로 멈추고 생선수프를 마시는 일행들, 그리고 피스케카의 진실을 알아버린 나. 모두가 이 곳에 있었다는 게 재밌을 따름이었다. 그리하여, 서울라이트는 피스케카케를 사랑하게 됐다. 노르웨이지안도 어묵을 사랑하리라.


점심 시간의 중심부라 계속 사람이 들어오고 나간다.
하게린가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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