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 <Det lille Kaffekompaniet>
베르겐에서 예쁜 경치를 볼 수 있는 코스로 플뢰옌산을 타고 오르는 등산 열차가 있다. 직접 오르기에는 일정상의 제약이 있어 등산 열차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차에 살짝 떠버린 시간. 이럴 땐 카페잉이 제격이지. 연중 300일 정도는 비가 온다는 베르겐의 촉촉한 골목길에서 Det lille Kaffekompaniet을 찾았다. 곧이곧대로 읽는 재미도 있는 이름은 "작은 커피 가게'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 스타벅스가 아닌 로컬 커피 브랜드나 컨셉추얼하게 힙한 카페를 찾는 것도 꽤 재미난 일인데, 베르겐에서는 맘에 드는 곳을 찾을 수 없던 차였다. 그와중에 발견해버렸으니, 더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바이브. 게다가 맛있는 커피가 어지간히 그리운 상태이기도 했다. 들어서니 한산한 분위기. 로컬이나 여행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곳이라 항상 붐비지만,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한 보람이 있다.
Dagens kaffe(오늘의 커피)와 적적한 기분을 달랠 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여담이지만, 북유럽에서 "Dagens~" 로 시작하는 메뉴는 "오늘의 메뉴"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대개 이 메뉴들을 선택한다. 커피의 경우는 드립 커피를 의미한다손 쳐도, 음식점에서 "오늘의 메뉴"를 픽하면 항상 만족스러운 큐레이션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여행자들을 위한 로컬 시그니처로 구성되기 때문인듯)
다소 투박하게 담긴 (기대하지 않던 형태의) 치즈케이크와 뜨거운 커피컵이 놓여졌다. 후릅-하고 머금는 첫 입에 흡족. 쓴 맛을 중화시켜줄 꾸덕한 치즈케이크를 가득 퍼서 입에 넣었다. 엇, 치즈케이크. 무슨일이죠? 하고 이내 놀라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녹지 않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맛이 났던 것. 그리고 그 위에 무심하게 끼얹어진 베리들은 냉동이 아닌 갓 손질된 말랑하고 톡 터지는 실온의(?) 베리였다. 포크로 케이크와 베리를 함께 맛보면, 마치 한 스쿱의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과육을 함께 먹는 느낌이 났다. 드물게도 '오늘의 커피'가 '오늘의 케이크'에게 완패해버렸다고 단언할 수 있다. 숙소에서 연락처를 나누었던 베르겐의 다른 여행자들에게 꼭 이 곳의 케이크를 맛보라고 알려주었다. 주인공은 너였어, 치즈케이크.
비가 내리는 모양이나 소리가 금방 잦아들지 않아서, 몇 개 남지 않은 베리를 돌돌 굴리며 여행 메모를 정리했다. 옆 자리의 남자가 신문을 넘기는 소리, 건너편의 세 여자가 주고받는 듣기좋은 노르웨이어, 주인 남자가 또 다른 치즈케이크를 자르는 소리. 얼마나 지났을까. 메모패드를 덮고 일어선다. 접시는 싹 비워져있었음을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