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춘수당 - 50란 - 코코
우리에게는 "버블밀크티"로 더 익숙한 "전주나이차"는 대만의 대표 선수다. 전주(타피오카)가 들어간 나이차(밀크티)는 [공차]라는 브랜드로 일찌감치 접해왔지만, 대만에서는 손가락으로 간단히 꼽기도 힘들만큼 다양한 티샵에서 맛있는 버블밀크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한 장이 완성된다. 밀크티의 당도와 얼음의 비율, 버블의 크기와 추가되는 맛까지 더 다양하게 커스터마이징하여 즐기는 재미가 상당하다. 걷는 길에 치이기 일쑤였던 버블밀크티의 맛을 소개한다.
본점이 타이중에 위치하는 버블밀크티의 원조 브랜드는 춘수당이다. 전주를 좋아하던 직원이 밀크티에 그것을 결합하여 마시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MRT 중정기념관역에서 하차하여 국가음악단 지하 1층의 매장을 찾았다. 간단하게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5분정도 대기하면 1인~다인석에 맞도록 빠르게 안내해준다. 빨리 유난하게 쫩쫩-한 버블을 씹고 싶었다.
자리를 풀고, 시그니처 버블밀크티를 주문하면서 약간 허전한 마음에 tea egg를 함께 주문했다. 밀크티 자체의 당도 탓에 달다구리한 것을 곁들이기엔 물리는 느낌이라 아예 새로운 맛을 찾았다. tea egg 는 삶은 달걀의 겉면에 살짝 균열을 내어 녹차물에 담근 것이다. 수시간 담그고 나면 대리석 모양의 무늬가 달걀에 새겨진다. 그 비주얼과 맛에 호기심을 더한 티타임 시작. 버블이 다른 티샵보다 작아서 쫩쫩-하게 씹어주진 못했으나 부드럽게 쭉 넘길 수 있어서 좋았다. 기대했던 tea egg는 맥반석 계란과 비슷한 향에 짭쪼름함이 느껴지는 의외의 친근한 재미를 더해주었다.
숙소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50란에서 모닝 버블티를 자주 찾았다. 꽤 이른시간에 하루를 시작해도 로컬들이 항상 줄을 서있기 마련인지라, 가히 서울의 모오닝 아메리카노 행렬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기본형의 버블티, 녹차를 약간 조합한 맛 등으로 선택해서 먹곤했다. 버블밀크티를 섭취하는 빈도가 대단히 늘었으니, 당도를 낮추겠다는 의지하에 당도와 얼음을 신중하게 조율했다.
50란에서 가장 인상적이고도 좋았던 점은 쫜쫜-한 버블의 크기. 기존에 접했던 버블의 크기보다 꽤 월등히 큰 버블로 승부를 보는 곳이라, 포만감도 대단했다. 아침 한 끼를 대체하기에도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씹는 감각을 떼지 못하는 프로 군것질러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스펙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여러날들을 뚜벅이다 보면, 배가 고프진 않지만 당이나 어떤 수분감이 간절할 때가 있다. 그 와중에 보이는 것은 티샵이요, 믿을 만한 것은 밀크티 뿐인지라 더 친숙하게 찾게 된다. 일상에서 밀크티를 '벌컥'이기는 쉽지 않지만, 타이베이 시내에서는 적어도 수 번을 '벌컥'였던 밀크티들. 어느 메마른 오후에 가장 눈에 잘 띄었던 것은 코코 매장이다.
귀여운 비주얼에, 주황색 브랜드 컬러, 그 외 매장을 수놓은 뽀짝한 것들 사이로 맛에 대한 약간의 불신이 움텄지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기 마련. 굉장히 길쭉한 용량의 컵에 담아주는 것을 쭉 마셔보니, 이 곳에서는 맛없는 밀크티란 있을 수 없다는 신뢰감이 형성되었다고나 할까. 종로 한 복판에서 힘없이 으스러지는 버블을 씹고 투덜거렸던 어느날이 아스라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평균 일 2회를 넘어서는 섭취와, 눈만 돌리면 보이는 밀크티 포스터에 둘러싸인 여정이었다. 비단 남다른 전통이나 유명세가 아니어도, 소위 '평타'이상을 상회하는 맛에 입이 즐거운 시작이 많았다. 뽀실뽀실 실하게 컵에 쌓아 올려져 보기만해도 배부른 버블티의 비주얼은 눈까지 즐겁게 해주었다. 로컬에게 익숙한 즐거움이 내게도 즐거워지는 순간, 그리고 또 한 번의 실감. 내가 대만에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