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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링 Apr 19. 2020

암스테르담, 이런 꽃 같은 하루

반 고흐(Van Gogh) 미술관 - 튤립 박물관




해바라기가 없어도 괜찮아

#1. 반 고흐(Van Gogh) 미술관


네덜란드에서 대학 생활의 일부를 보냈기 때문에 반고흐미술관을 찾을 기회가 많았다. 손가락으로 헤아려보니 한남동의 디뮤지엄보다 많이 갔다는 것에 괜스레 뿌듯함을 갖는다. 사실 반 고흐의 작품은 항상 세계 순방 중이고, 전시 동선 조차도 외울 정도에 이르렀지만 입장을 하는 행위가 암스테르담에 출석 체크를 한다는 기분을 선사해주기 때문에 꼭 들른다. 


실제로, <별이 빛나는 밤>이나 <해바라기> 원본을 이 곳에서 만나기는 꽤 어려운 편이다. 방문했던 그 날도 흡사 "순회 공연 중"과 같은 "Unavailable" 태그를 붙인 채 부재중이었다. 그나마 위안을 삼았던 것은 <꽃 피는 아몬드 나무>는 화사하게 나를 반겨주고 있었던 것. 빈센트 반 고흐가 너무도 사랑했던 동생의 아기가 태어난 것을 축하하기 위해 그렸다는 파아란 빛깔의 아몬드 나무. 곁에 두고 보고 싶은 마음에 조그마한 아이템으로 몇 가지를 굿즈를 구입했다.


근처에 숙소를 잡게 되어 매일 아침 인사했던 미술관



내 사랑 아몬드 나무는 머물고 있어서 다행이야 



아쉬운 마음에 벽면을 둘러싼 해바라기를 배경삼아 사진을 남긴다.



꽃을 사랑한 것은 반 고흐 뿐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모두가 사랑하는 '장르'인 꽃정물화는 실제로 16세기말의 네덜란드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네덜란드 꽃정물화의 발전은 강력한 국가경제력을 바탕으로 부를 획득한 중간계층의 소비취향에서 비롯되었다. 현실의 욕망을 완전히 독점한 주체가 당대의 네덜란드인이며, 세속적 세계를 향한 자기 인식의 결과물이 곧 네덜란드 꽃정물화였던 것이다.    


17세기의 꽃정물화는 실재의 재현을 우선으로 했고, 18세기 이후로는 개별 화가가 그리고자 하는 가치표현의 대상으로 혹은 미술수요자의 감상욕구를 채우기 위한 창작물로.19세기에 이르러서 다양성에의 추구로 골격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표현을 지향해왔다.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 쿠르베, 마네, 세잔, 반고흐, 오딜롱 르동 등) 



귀스타브 쿠르베(왼쪽)와 오딜롱 르동(오른쪽)의 꽃 정물화








꽃으로 만개하는 도시의 감수성

#2. 튤립 박물관(Amsterdam Tulip Museum)


간단하게 치즈를 구매할 요량으로 걷던 중, 계획에 없었던 또 하나의 '꽃의 공간'을 발견했다. 치즈가게 옆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는 튤립 박물관은 단박에 나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튤립의 역사를 살펴보고, 튤립 묘목 구매도 할 수 있는 곳. 몇 가지를 손에 들고 나왔지만 캐리어에서 보관에 실패한 탓에 결국 심지는 못했다는 슬픈 에필로그를 더한다. 


필연적으로 예쁜 것을 쫓는 기본형의 미적 감수성에 의해, 회화가 아닌 도시의 실물에서도 꽃을 찾기 시작했다. 운하를 건너는 다리마다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들은 물론이고, 활발하게 운영중인 도시의 플라워마켓을 살피면서 내 기분마저 만개하는 것 같았다.



도시 구석구석 들어찬 꽃의 기운



어쩌다 마주친 작고 귀여운 공간



굉장히 많은 튤립 품종들을 설명하고, 다양한 튤립모형들도 함께 비치되어 있었다



한아름 데려가고 싶은 색채와 자태

   


미술관에서 시작된 아몬드 나무 꽃 그림, 늘어선 튤립 군단, 구석조차 놓치지 않고 피워 낸 꽃송이들을 보면서 암스테르담을 누린다. 한 철 피고 진다고 투정부리기에는 이렇게 예쁠 노릇인가. 팔레트로 직접 섞어서도 못 만들 절묘한 색깔들 속에서 꽃의 기운을 한껏 흡수했다. 이 기분은 뭐랄까, 꽃 같은 하루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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