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지금 이 순간

일단 시작함에 있어서의 서설

어제는 우연히 유투브를 살펴보다 부모님 두 분을 암으로 떠나보낸 어떤 처자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자신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그 때 왜 항상 미루기만 했을까. 엄마 다 나으면 해야지, 엄마 다 나으면 가야지, 엄마 다 나으면..... 하면서 놓쳐버린 시간들이 너무도 아쉽다"는 거다.

그 때 그 순간 그냥 할 걸.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때 아버지랑 좋은 시간도 많이 보내고 대화도 많이 할걸 그냥 자신은 옆에만 있었다고.

(그냥 옆에만 있다 ; 이 대목이 엄청 공감이 갔다. 대화도 안하고 그냥 필요하다면 그 물건만 집어주고 무얼 해달라면 해달라는 대로. 지칠대로 지쳐서, 대화도 없이)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도.

24시간 부모님 곁에 있는데도 그냥 옆에만 있네.

각자 할 일 하면서. 이제는 생활이 되어야하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갑자기 새벽이 깨어났는데 갑자기 이 순간을 너무 기록하고 싶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순간들을 기록해 봐야지 했었다.

지금은 아니고. 또 지금은 아니고 미루고 미뤘던 일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미루지 않고 한번 제대로 적어볼까한다.

어쩌면 일종의 버킷 리스트랄까.

폭풍같았던 지난 9년의 기록을 적는 일.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조금 더 풍부하게 채워가는 일.

책을 읽던, 운동을 하던, 또 글을 쓰던.


그런데 적는 순간에도 그 순간 순간이 생각보다 몹시 괴롭다.

왜 내게 그렇게 이 일을 미루어왔는지 글을 써가면서 깨닫게 되었다.


아직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구나.

그리고 굳은 살이 박힌 줄 알았던 가슴이 아직은 말랑말랑하구나.


그러면 그 가슴이 더 굳기 전에 후회할 일 보다 보람찰 일을 하자.

아무리 채워 넣어도 훗날 후회는 남겠지만 적어도 '그 때 그랬었어야했어'는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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