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리 엄마는요

눈물나는 중환자실 사투기

엄마는 무척이나 깔끔한 사람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깨끗이 씻고 그리고 저녁이면 향기나는 영양크림을 얼굴에 듬뿍 바르고는

“엄마가 얼굴에 크림을 잔뜩 발랐는데 네가 밥 앉힐 쌀 좀 씻어놓을래?” 이런 말을 자주 했다.

학창시절에는 가끔 그게 큰 불만이었다. 왜 다 해놓고 크림을 바르지 않는가.


그런 엄마가 미동도 없이 온몸이 퉁퉁 부어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엄마를 살짝 불러보아도 엄마는 의식이 없었다.


중환자실 면회시간 이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급하게 수술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외국인 노동자인데 오토바이를 탔다가 차와 부딪쳤다고 한다. 갑자기 엄마를 담당했던 그 주치의가 나타나더니 너무나도 경직된 표정으로 보호자를 불러 달라고 했다.

그러자 조금은 우리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새까만 눈에 칠흑같은 머리카락을 한 여자분이 모니터가 잔뜩 달린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다가왔다.


“우리말 할 줄 알아요?”

“조금이요.”

“환자분, 수술은 어따ᅠ갛게든 했는데 아무래도 소생하시기가 힘들 것 같아요. 자동차와 부딪치면서 뇌가 길바닥으로 다 쏟아져서. 죄송합니다.”


의사가 너무나 비통한 표정으로 여자분에게 진심으로 고개를 푹 수그렸다.


아직도 한국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눈을 크게뜬 그녀에게 간호사가 재차 설명을 했다.

“마지막 인사 하세요. 아무래도 오늘 밤을 못 넘기실 것 같대요.”


갑자기 가슴이 쿵 하고 떨어진다.


‘오늘 밤을 넘기시지 못하실 것 같습니다’ 가 이렇게 무서운 말이었니.


가슴에서부터 차오르는 밭은 눈물에 갑자기 중환자실에 모여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멍울졌다.

아직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모든 것이 너무나도 가혹했다.


“엄마. 여기 너무 험하다. 우리 엄마 이런 거 너무 싫어하는데. 차라리 같이 들어서 다행이다.”


나는 아직도 엄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엄마에게 속삭였다. 제발, 첫 수술직후 벌따ᅠ각 벌따ᅠ각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 엄마라도 어따ᅠ갛게 돌아왔으면 했다.


면회시간이 끝남을 알리는데 간호사가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사와야할 물품들을 적어주었다.

<성인용 기저귀, 깔개, 크리넥스, 물티슈>
아기들이나 쓸법한 것들을 사오란다. 반쯤은 걸쳐둔 엄마의 가운을 들춰보니 엄마는 기저귀를 하고 계셨다.

우리 엄마는 피부도 예민해서 잘 무르는데 …….

“저기요, 간호사님. 죄송한데 저희 어머니 피부가 엄청 예민하셔서 잘 무르시거든요. 혹시 말씀 드리면 조금 더 신경써주실 수 있나요?”

갑자기 간호사가 다가오더니 무언가를 적었다.

“더 말씀해보세요. 그리고 신경쓸 거.”

이렇게 바쁘고 초를 다투는데도 간호사는 메모지를 가져와서 엄마의 특징을 적어내려갔다.

너무나도 감사한 이 상황.


“피부도 잘 물러서 거의 생리대 같은 것도 잘 못하시고요. 그리고 폐도 약해요.”


의식이 없는 환자라 첫 수술에서 기도에서 가래를 빼는 트라코까지 달고 나왔던 엄마를 보며 우리는 신신 당부를 했다.


“죄송한데 저희가 뭐 할 거 없어요?”


간호사가 이해한다는 듯 우리를 바라보았다.


“걱정마시고 다음 면회 때 오세요. 그 때까지 저희가 잘 돌봐드리고 있을게요.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가니까 근처에만 계세요.”

그것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엄마와 우리의 길고 긴 투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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