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제는 정말 우리 엄마가 아니야

일순간 바뀌어 버린 삶



의식을 잃은 환자라면 최대한 빨리 의식을 되찾아야 후유증이 덜하다던데 엄마는 3일, 일주일, 열흘이 가도 쉽게 깨어나지 않았다.


하루 2번 엄마를 찾아가 면회를 할 때 조차 엄마는 가르랑 거리는 숨만 쉴 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여전히 중환자이기는 하나 이 병원은 특이하게도 수술 직후 10일 이내 환자는 중환자실 10일이 넘은 환자는 준준환자실이라 칭하는 옆방으로 옮겨 보살피고 있었다.


“이젠 조금 느끼셨나 모르겠는데, 이제는 가족들이 각오하셔야 할겁니다. 아마도 이 싸움은 길고 긴 싸움이 될거예요.”

의사에게 면담을 신청해 찾아갔을 때 그는 차분하게 그렇게 말했다.

“이젠 정말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이 없을까요?”

“이미 사진도 보셨고 환자 상태도 보시겠지만 이젠 스스로 걷고 말하고 사고 하는 건 힘들다고 봐야죠. 더군다나 어머니는 왼쪽 뇌를 다치셔서 언어랑 오른쪽 상하지를 관장하는데 그 부분이 다 손상이 돼서 …….”


살려만 주십시오. 그러면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 라는 말은 거짓말.

멍하니 있는 우리들을 보며 의사가 갑자기 강조하듯 이렇게 말했다.


“이제 환자는 병원에 맡기시고 이제 다들 돈벌러 나가세요. 앞으로 병원살이 하시려면 돈이 엄청 많이 들거예요. 더군다나 보험도 없으시다면서요.”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다.

모든 것이 응축되어 있는 듯한 그 한마디. 선생님은 정말 우리를 걱정했던 것이다.


선생님을 만나고 터벅터벅 엄마를 만나러 가는 복도가 이렇게 길줄이야.

또다시 우르르 면회시간이 되어 엄마의 얼굴을 보러 침상옆으로 들어갔다. 크르륵 크르륵 엄마의 목을 뚫어놓은 구멍에서는 가래가 끓는 소리가 들려왔고 지나가던 간병사님이 기나긴 카테터를 넣어 가래를 흡입하신다. 그 사이 엄마의 온몸이 뒤틀리고 얼굴이 빨개지면서 미칠듯한 기침을 하신다.

이렇게 고통스러워야지만 엄마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야 하는 이 상황.


너무나도 괴로워 하는 엄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지난 열흘간 참아왔던 울음이 터져나왔다.


“엄마 ……”


그동안 엄마 옆에서 울면 몹시도 겁이 많은 엄마가 큰 일이 난 줄 알고 더 당황할까봐 제대로 울어보지 못했는데 엄마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는 순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울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더 울지 못했다. 내가 울면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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