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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라이터 Jun 20. 2022

괜찮아, 기껏해야 불합격이야

슬로우, 여행리포트


여행은 결국 시험이다

예전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불합격했을 때였다. 그날은 괜스레 하늘이 우중충하고 온 몸이 쑤셨다. 시험을 치고 나오는데 느낌이 너무 안 좋았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자마자 정거장 안에서 그 큰 시험지를 들고 연신 정답을 체크하며 합격인지 불합격인지에 매달렸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이게 바로 2016년 10월의 일이다.


2021년 나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다시 도전하여 취득했으니 1차, 2차, 총 도합 연차로 4년을 공부한 셈이었다. 기껏해야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4년 만에 취득해서 성공담으로 글을 적는다고? 성공담을 적으려는 게 아니다. 불합격이어도 괜찮다. 다시 도전하려는 자세, 마음가짐이 괜찮다.


2022년 AFPK 1차 시험에 도전했지만 시험 자체를 치러가지 못했다. 평균 70점을 넘어야 하는 문턱에서 모의고사 점수는 80점이나 나왔다. 너무 컨디션이 좋아 사실 일주일 전부터 슬금슬금 대충 보아도 합격 컷이 나왔다. 이렇게 합격이 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허리가 갑자기 너무 아파서 시험을 치지 못한 것이다.


이래나 저래나 시험은 합격해야 제 맛인데. 불합격이었다.


공인중개사 재수생으로 합격한 사람으로서, 결코 이번 불합격은 충분히 괜찮다. 오히려 11월에 또 시험이 있기에 5개월 동안 1차 과목을 더 공부할 수가 있게 되었다. 자격증이라는 것은 혹자에겐 결국 그 '증'을 따는 것만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겐 분명한 목표가 있기에 더욱더 확신이 들고 실용적인 지식이 얻고 싶다. 훗날 5년 뒤, 10년 뒤, 부동산중개업을 개업했을 때, 또 하나의 무기로 자산관리를 해주고 싶은 거기 때문이다. 중개업 본업, 그 이상의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도움을 주고 싶다. 결국은 인맥으로 하는 업이 아닌가.


나는 어쩌면 시험을 치르며 그 기간조차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합격 컷을 넘기 위해 그 분야에 대해서 이론을 배우고, 요약집을 보며 문제집을 푼다. 최근 기출문제집을 보며 최근의 출제경향을 파악한다. 자체 모의고사를 통해 나의 실력을 여지없이 평가하며 객관적으로 파악한다. 오답노트를 활용하여 틀린 문제는 두고두고 다시 풀며 이론과 함께 병행하며 빈틈을 요목조목 틈으로 채워나간다.


여행은 결국 시험이다.


시험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학습하는 과정은 흡사 여행과도 같다. 일상 속에서 수많은 치열한 삶 속에서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실로 누군가에게는 힘겹고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 활용하는 변칙기술이다.


1. 시험을 통해 서치 하는 기술을 터득했다. 어떤 부분이 중요하고, 어떤 부분이 중요하지 않은지. 그렇게 파악된 모든 이론과 틀 속에서 최근의 경향이 보인다. 자꾸 보면 볼수록 그 노하우는 터득되고, 이것은 세상을 보고 파악하는 데 아주 조금이라도 그 기술을 가져다준다. 이것은 축복이다.


2. 과정이 녹록지 않다. 시험 합격이라는 긴 과정은 결국 우리가 일생을 여행하는 것처럼 수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굴곡의 여유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점수에 그 하루와 한 달의 감정이 좌지우지된다. 여행도 그렇다.


3. 마무리가 중요하다. 끝 인상이 곧 또 다른 만남의 첫인상이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또 다른 여행지를 물색하고 꿈꾸며 간절히 친애한다. 그 친애함에서 사랑스러움이 발견되고,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합격이냐 불합격이냐의 틀에서 또 그 나름의 새로움과 도전이 있다. 반복이 결국은 성공이며, 여행은 그 반복을 통해서 큰 깨우침을 얻는다.


여행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무언가를 떠올려야 하고, 그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나는 여행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지만, 사실 그 자체 그 이상을 원하는 것 같다. 소중한 일상에서 큰 탈피를 위해서, 또 우리는 여행지에서의 새로움과 큰 행복을 얻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슬로우, 여행리포트

베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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