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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라이터 Feb 10. 2018

브라이티스트 아워

윈스터 처칠, 한 밤 중에 일어난 가장 밝았던 그 시간들


“끝가지 싸우는 건 애국심이 아니에요. 지금은 협상할 시간입니다”

“언제쯤 정신 차릴 거요? 호랑이 아가리 속에 머릴 처박고 어떻게 호랑이와 대화를 해?”



 

부랴부랴 영화가 시작되기 전 겨우 자리에 앉았고, 곧 영화가 시작되었다. 심각한 대립각에 놓여있는 두 정당은 마치 호랑이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토끼 같았다. 나치의 사악한 호랑이 히틀러가 프랑스 영토의 대부분을 이미 점령하고 덩케르크만 남겨둔 상태였다. 아마도 덩케르크 이후에 런던이 히틀러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불철주야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드디어 새로운 총리가 선임되었다.


속기사인 엘리자베스는 런던의 새로운 수장인 윈스터 처칠의 따뜻함과 차가움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윈스터가 victory를 외치며 승리의 v자를 신문 1면에 장식했을 때에도, 자기 자신의 내면 속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혼자 고독해 있을 때에도, 그녀는 윈스터의 숨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심정은 마치 윈스터가 그토록 궁금해했던 런던 국민의 심정과 같았을 것이다. 국가를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하고, 사악한 호랑이의 이빨을 갈기갈기 찢어 맞서 싸워야 한다고. 아마도 승리를 향한 윈스터의 v자의 모습이, 어쩌면 그녀 속에 잠재되어 있던 포악한 승리자의 기운에 영향을 받았던 건 아닐까. 나는 궁금했다. 혼란한 정국에서 윈스터를 보좌한 속기사 엘리자베스..


위대한 서유럽의 섬나라 런던과 가장 가까운 대륙, 프랑스의 한 작은 영토 덩케르크를 사수하기 위해 온갖 고뇌와 고독에 휩싸이는 윈스터를 볼 때마다 그녀를 도대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찰리 채플린보다 유머를 사랑한 윈스터 처칠. 엘리자베스는 그의 유일한 말벗이자 친구였다. 윈스터는 지금으로 치자면 대국민 라디오 연설 같은 방송을 통해 사실과 가까운 거짓 연기를 펼친다. 비극적인 결말을 회피하기 위해 선택한 거짓 희극연기. 하지만 실제로 프랑스군은 점점 퇴각하고 있었고 사악한 히틀러는 프랑스군의 대함정을 여럿 포획하며 바다를 향해하는, 아주 강력한 프랑스군의 기술을 배운다. 구체적인 런던 침공작전이 예상되었고, 급기야 협상을 하자는 소리만 커져나갔다. 철저히 비밀이었던 이 거짓 희극연기가 과연 진실일 까궁 금했던 엘리자베스.


What is a true, sir?



그녀가 물었다. 가장 어두웠던 한 밤의 시간, 다키스트 아워 속에 그녀는 애써 이를 부인하듯 해맑고 아이처럼 그에게 물었다. 진실이 무엇입니까 총리님?


영화를 보는 내내 혹여나 내 심장소리가 옆사람에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윈스터는 소리쳤고 양당은 분열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분열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영화가 계속 진행될수록, 결국은 모든 국민과 양당 정치인들 대부분의 속심 정은 협상과 타협보다 국익과 애국심이 먼저였다는 걸 알게 된다. 엘리자베스의 빰 옆에 흐르는 눈물과 동시에 입가에서 보이는 그 아이처럼 해밝은 미소. 윈스터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친오빠가 전쟁에 참여해 전사한 엘리자베스의 얼굴만 보아도 런던의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뭐, 이쯤만 봐도 사실 영화의 줄거리는 예상이 되었다. 결국은 영국군이 고립된 위기 속의 덩케르크에서 30만 군장병들을 구출해낸다는 것을. 하지만 때로는 결과를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승리의 이면 속에 비참하고 참혹한 현실의 소리 외침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윈스터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치고 싶었다.


 ‘VICTORY WINSTON”


나는 내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victory"







*writer, poet /  즈음: 일이 어찌 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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