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리라이터 Feb 15. 2018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것

자랑해도 괜찮아, 희극적 요소가 필요해

요샌 즐겁다. 새 해가 밝아오고 나서부터, 마치 봄이 먼저 온 것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꽤 많아졌다. 작심삼일이 될까 우려했지만, 동시에 작심 1년이 되길 바라는 푸념 썩인 희망을 가지고 있는 요즘이다. 꽃잎이 여러 갈래로 번지는 것처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 이소 소한 결실을 이루길 바랄 뿐이다.




정기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유쾌하게 지내고 있다.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똑같이 늙어가는, 젊음이 사라지고 눈가에 주름이 아주 미세하게 자라나는 걸 보면서, 서로가 지난날을 회상하며 소소한 담소를 나눴다. 저마다 다들 고민이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연애로, 일로서 혹은 그 외 아주 개인적인 일들 때문에 괴로워하고 묵묵무답한다. 우리들은 그림을 그리고 항상 뒤풀이를 가는데, 그곳에서의 시간은 어쩌면 그런 괴로웠던 시간들을 털어놓지 않아도 되는 사이이다. 그럴수록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서로에게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웃음이 나면 족하고 그 이상이 되면 불편해한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그 무언가 대체할 수 없음을 느꼈다.



사람의 온도를 좋아하고,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꺼려하지 않는 편인 것 같다. 대체할 수 없는 나의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사진 동호회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주 고맙게도, 난 입문과정이라 형편없는 실력에도 불구, 고마운 사람들 덕택에 프로 같은 사진사들과의 출사의 기회를 얻게 된 샘이다. 지금은 아마추어같이 재미만으로 자칫 끝나버릴 수준에 닿아있지만, 언젠가는 프로 같은 아마추어가 되어, 대체할 수 없는 나의 기술과, 소중한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창출하기 위해 작금의 노력을 쏟고 있다. 뭐, 경험을 위해서라면 앞으로 뭐든지 하겠다는 새 해의 포부를, 아직까지는 나름대로 잘 실천(?) 하고 있는 것 같다.



주말 오전, 거실에 잠시 앉아 리모컨을 들었다. 무언가 인기척이 들려 베란다에 가보았더니, 비둘기 한 마리가 창가에 앉아서 똥을 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둘기도 참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이걸 영광이라고 생각하긴 조금 그렇지만, 우리 집에 와준 거니 하며 때아닌 환영인사를 했다. 그 비둘기도 하늘을 날아가다 그 만의 요령과 요량으로 잠시 쉬러 왔을 테다. 새끼 비둘기는 그러질 못한다.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있기 위해서는 조그마한 기술 같은 것이 필요할 게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대체할 수 없는 그 만의 기술로 이 곳에 착지한 거다.



대체 불가능한 것의 본질은 사실상 ‘뛰어난 나만의 것’인 샘이다. 내 주위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나도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진짜 내가 잘할 줄 알고, 남들이 하기 어려워하는 딱 한 가지를 발견했다. 바로 글쓰기이다.



글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 수많은 단어와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한다. 고되고 경쾌하게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 머릿속에서 빠른 회전을 이어나간다. 한 번에 10줄 이상을 막힘없이 글을 쭉 써나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제목을 미리 정해놓고도 첫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 3일 동안을 단 한 글자도 써나 가지 못한 경우도 있다. 뭐, 그럴 땐 머릴 쥐어짜 내어서라도 일부로 모니터 앞에 앉아 억지로 아무 글이나 써보며, 결과물을 보고 세상에 보일지, 아니면 그냥 다이어리 속 일기장이 될지 금세 결정된다.



혹시나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질투하고 있는가? 섭섭해서 잠이 오질 않고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가? 난 그럴 때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 글을 써 보라고 권하고 싶다. 새하얗게 질려버린 내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아무 글자나 써 내려가다 보면 정말로 내 머릿속에 있던 시기와 분노, 질투심 같은 부정적인 것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아주 조금은 도움을 받을 때가 있다. 어쩌면 내가 글을 쓰게 되었던 이유가 그런 습관을 예전부터 계속 들여왔기 때문에 지금껏 유지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자랑거리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한번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시간을 쉽게 허비하진 않을 테니까.



대체 불가능한 에피소드 한 개, 두 개, 쌓여갈 때야
비로소 내가 보인다






*writer, poet /  즈음: 일이 어찌 될 무렵





작가의 이전글 소심한 성격은 흔히들 세심하니까 다행이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