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부끄러워, 침묵이 금이라면
말을 하지 않음에 대하여
꼭 잡은 두 손이 나의 어깨가
네 안의 아픔을 다 덜어내진 못해도
침묵이 부끄러워 부르는 이 노래로
잠시 너를 쉬게 할 수 있다면
동행 -김동률
반성을 한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자책과는 분명 다른 개념인 이 것은, 지난날을 후회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분명한 자기반성을 통해 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되고 개발되는 스스로의 계발 정신이 포함되어 있어서이다. 내가 발견한 계발 정신 중에 하나가 바로 침묵이다.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상대방이 느끼기에
무관심이나 문외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독처럼 보일 수가 있다. 한동안 난 원칙을 세웠다.
내가 모르는 것과 칭찬받을 때에는 '침묵'하자.
침묵했더니 실보다 득이 많았다.
첫째, 모르는 데 굳이 불명확한 사실이나 의견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
둘째, 남이 나를 칭찬해줄 때 내가 침묵하지 않게 되면 자칫 오만함과 자만심으로 비칠 수 있었다.
이 두 가지의 침묵에서는 반드시 한 가지를 수반한다. 그러면 침묵하지 않을 때는 어떨 때인가? 딱 한 가지 상황일 때 나는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잘 아는 것'이 등장할 때 내가 잘 안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그것에 대한 정의와 생각, 의견이 잘 수렴되어 있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익하게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내가 잘 아는 것을 먼저 화두로 제시할 땐 상대방이 유익한 정보를 얻었다고 기뻐하는 등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남이 먼저 이야기한 것 중에 내가 잘 아는 것이 등장했을 경우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서로 부딪히며 발생했다. 잘 안다고 나에게 전달해주는 정보를, 중간이나 끝 즈음에 더 잘 안다고 떠들어대니 결론적으로 그 사람은 더 많은 정보를 얻었겠지만, 기분이 좀 나빴을 것 같다. 애초에 자기가 잘 안다고 큰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뿐인데 자기가 더 모르는 문외한 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게 과연 맞는 걸까? 이후로 조그마한 원칙을 하나 더 추가했다.
셋째, 상대방이 무안해하지 않게
잘 아는 것도 잘 모르는 척 침묵하자.
실제로 실천한 결과, 나름대로 굉장한 효과를 겪게 되었다. 잘 아는 것을 먼저 이야기해주니 선입견 같은 것이 존재했던 내가 생각한 정보에 보다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해주었고 잘 모르는 척했더니, 상대방은 더 기뻐하고 활짝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오히려 더 모르는 척, 중간중간 즈음의 리액션 같은 반응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이전보다 더 호감형 인간으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대화를 함에 있어서, 듣는 내가 좋고, 말하는 남이 좋으면, 그걸로 된 거 같다. 보다 더 매끄럽고 유연적인 대화의 방향을 위해서, 이럴 땐 침묵이 참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서른이 넘어 겨우 알게 되었다.
동행하기 위해선, 때론 침묵만큼 더 나을 것도 없다.
*writer, poet / 즈음: 일이 어찌 될 무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