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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라이터 Jun 09. 2019

직업의 행복

지난 20여 년 간 아버지께서 일구어온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와일드한 물류업종 특성상 하루 종일 수다스럽게 떠들어대야 하고, 성격 강하신 여럿분들과 협상하고 합의를 봐야 한다. 거칠고, 명료하고, 직선적인 방향으로 하루의  모든 시간에 목청껏 임한다.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10시간을 그렇게 정신없이 보내며 그날의 수익 달성을 위해서 온 전력을 다한다.

주 업무는 '통화'와 '엑셀'이다. 배차업무를 주 업종으로 하기 때문에 거래처 및 기사분과의 운임 등을 끝마치고 나면, 곧바로 엑셀로 기록을 하게 된다. 모든 거래를 정확하고 세세하게 기록함으로써, 이것이 훗날의 참고자료이자 업의 가장 유용한 자산이 된다. 기록 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신뢰할 만한 자료’를 정확히 기재했는가이다. 말과 말들은 대화가 되고, 대화들이 정보에서 유용한 자산으로 변화되는 셈이다. 이러한 신뢰할 만한 정보들이 모이고 모여 자료가 되어 또다시 앞으로 발생할 일들에 대해 잘 대비할 수 있는 보호막이 되어준다.


직장상사가 단 한 명, 나를 길러주신 아버지이시다 보니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일반적인 직장상사의 모습과는 어딘가 조금 다른 구석이 있다. 지켜야 할 예의가 가족적이고 작은 실수도 용납이 잘되는 편이다. 자식이기에 혹여나 잘못한 부분을 지적하다가도 상처가 될까 봐 다시금 내 감정을 다독여 주신다. 특성상 그날그날 일어난 일들을 장부에 직접 기입하고, 전산으로 남겨야 하는 세밀함을 지녀야 하기에, 조금의 누락과 실수는 금세 지적 대상이 된다. 혼냄의 대상이 아니라 지적의 대상도 아닌, 교훈의 대상이 된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가르침, 좀 더 장기적인 포석을 가지고 나를 대하기 때문에 무심코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나무라지는 않는 편이다.


휴가는 당연히 없을뿐더러 연차라는 개념도 전혀 없다. 여름휴가를 보내는 친구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그렇지만 나에겐 가족 찬스가 있다. 쉽게 말해 병원을 가야 하거나 가족일 때문에 급히 일을 못 나오게 된다면 무조건 자체가 휴가가 가능하다. 사업을 하기 때문에 프리랜서같이 자유롭게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즉슨, 자유로움을 제공받는 대신에 책임을 가지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성과를 이루어내야 하고,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내 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 생존의 경쟁인 셈이다. 그 언젠가 아버지께서 은퇴를 하시게 된다면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나 스스로 혼자 이 회사를 일구어 나가야 한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과연 아버지께서 일구어온 이 업을 잘 이어받아 나아갈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리더십은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심장같이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50여 명 되는 기사분들을 융통성 있게 잘 다루어야 하고 손쉽게 그들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급박한 위기상황에서 최소한의 시간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하며 인간적으로 그들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하루하루를 배워나간다는 심정으로 한 글, 한 단어를 채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결과적인 겉모습에만 집착했다. 그들이 성공을 이루어내기 위해 숱한 위기와 시련은 단 몇 줄로 파악할 수 있다고 자만하였고, 나도 그쯤은 쉽게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자체 분석을 하였다. 참으로 프레임 속에 갇힌 생각이었다. 세상에는 결코 쉬운 일은 단 하나도 없으며 성공을 위한 과정은 나 스스로가 직접 겪어보고 체득해봐야 그 과정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학교 동아리 회식 때 선배가 취직한 소주회사와 함께 한 잔 술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 ‘세상에는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고 배울 것이 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이 귓가를 맴돈다.



 






*writer, poet /  즈음: 일이 어찌 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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