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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라이터 Jun 15. 2019

동성로기행일지



시간은 유한하다.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 가는 오로지 자신만의 몫이다. 아름다운 공원을 산책하며 꽃의 향기를 맡아보기도 하고, 카메라를 들고 자기만의 프레임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 가져다주는 신선함은 인간의 프레임을 넓혀주고,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예상된 범주를 벗어나 조금은 비켜나가더라도 그것을 감수하고 나만의 것으로 승화시켜나감으로써 획기적이고 신선한 무언가가 재탄생될 가능성이 켜져 간다.



부산이란 곳은 이국적인 곳이지만 로컬인 입장에서는 익숙하고 반복된 액자 속의 그림에 불과하다. 그림은 움직이지 않으며 역동적이지 못하다. 일정하고 반복된 목소리의 톤을 들으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기란 쉽지 않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대구를 여행하기로 결심한 것도 바로 그때부터였을까. 창의적인 활동을 좋아히자만 이따금 한동안 정체기를 맞이할 즈음애 그곳으로 떠나기로 결심하였다. 때마침 친구와 함께 그곳에서 생업 중인 친구의 보금자리를 렌트하여 소소한 여행 계획이 완성되었다.



마침내 끝 끝에 길을 따라 대구의 중심지, 동성로 거리를 혜매이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충격을 받은 것은 외국인이 생각보다 흔하다는 점이다. 마치 홍콩의 란콰이펑 거리를 연상케 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이 곳에 있는 어느 누구와도 함께 어깨동무하며 어울릴 수 있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유럽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누군가의 아우성은 펍에서 흘려 나오는 음악소리에 비트를 더해주었고, 그 흥에 저절로 몸과 어깨를 들썩거렸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가 같은 공간 속에서 자기만의 리듬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듯 보였다.



여행이 가져다주는 새로움은 바로 이런 것일까. 30 대중 반인 우리 셋은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자유로움의 족쇄를 개방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의무적으로 기다려야 할 사람도 없다. 시간은 역동적으로 흐르고 있었지만 여행의 신선함은 지속적이었다. 계속해서 자극을 주었고, 개방된 마음으로 동성로의 공기를 마시기에 바빴다. 도시적인 풍경은 결코 부산의 어느 한 시내 거리와 다를 바 없었지만, 처음 디딘 동선과 건물의 외관들은 내 귓가에 자꾸만 내게 오라 손짓하였다. 우리가 가진 고민과 입장 반대가 지닌 인간관계에서의 상처는 스스로 치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자생적이고 강하게 맞불을 놓아 스파크를 일으켰다.



여행자의 시선은 언제나 4차원적이다. 4차원적인 시각이 고정적인 요소를 변동요소로 탈바꿈시켜주고, 당연시 해왔던 치부가 결과를 바꾸어줄 수 있는 가변적인 생각으로 바꾸어 준다. 밖에서 들여다보는 시선은 그렇게 중요하고 사건의 발단이 된다. 역사적으로 외부에서 보는 시선이 국가와 문화의 태동을 이끌어왔다. 유럽의 르네상스가 그랬고, 일본의 메이지유신도 그렇게 발생되었다. 스스로 변화할 수 없는 한계에 맞닥뜨렸을 때, 변화가 필요함을 인정하는 시간을 다스리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행은 그러한 관점에서 세상을 변화시켜왔고, 인간이 느껴야 할 생각과 가치의 관념 속에 차가운 태동을 불러일으켜준다.



주도적으로 내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크게 보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익숙하고 만 연화된 패턴이 게으름과 매너리즘의 새싹을 돋아나게 할 명분을 만들어 준다. 내 인생이 언제부턴가 너무나 효율적으로 방향의 키를 잡고 있다면, 한 번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시선과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겨보는 여유의 자세가 중요하다. 지금이 바로 떠날 기회다.  






*writer, poet /  즈음: 일이 어찌 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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