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를 버린 진짜 이유
나는 매일 아침 진료가 시작되기 전, 아무도 없는 고요한 병원에 앉아 1시간 반 동안 활자를 씹어 먹듯 책을 읽는다. 수의학 전공 서적이 아니다. 역사, 경제, 그리고 지정학(Geopolitics)이다.
주변 원장들은 묻는다. 동물병원 경영하기도 바쁜데 웬 미국 국채고 해양 패권이냐고.
하지만 매트릭스 밖의 진짜 자본가들은 안다. 거대한 지정학의 단층이 무너질 때, 그것을 읽지 못하는 개인의 비즈니스와 통장 잔고는 가장 먼저 잔해에 깔려 죽는다는 것을.
최근 이란-미국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환율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다. 사람들은 뉴스를 보며 "왜 갑자기 세상이 이렇게 미쳐 돌아가지? 미국은 왜 예전처럼 세계 경찰 노릇을 안 하는 거야?"라며 불안해한다.
착각하지 마라. 세상이 미친 게 아니다. 지난 70년간 우리가 공기처럼 누려왔던 평화롭고 마찰 없는 '자유무역'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기형적인 시스템이었으며, 무엇보다 '절대 공짜가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짓을 벌였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항공모함을 띄우고,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상선이 해적이나 타국의 위협 없이 바다를 건널 수 있도록 '자유무역'을 무상으로 보장해 준 것이다.
미국이 자비로운 천사라서 그랬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철저한 거래였다.
미국은 우방국들에게 막대한 소비 시장과 수출길을 열어주고 바다의 안전을 지켜주는 대신, 무언의 '보호비'를 요구했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해상 무역으로 달러를 쓸어 담은 수출 국가들은, 그 대가로 막대한 양의 '미국 국채(Treasury Bonds)'를 의무적으로 사들여야만 했다. 즉, 전 세계가 미국의 빚을 대신 갚아주고 달러 패권을 유지해 주는 대가로, 미국은 자신의 해군력을 글로벌 공공재로 내어준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찬양해 마지않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차가운 진실이다.
하지만 이 완벽했던 거래는 중국에 의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리며 G2로 거대하게 성장한 중국이, 어느 순간부터 '보호비' 내기를 거부한 것이다. 그들은 막대한 무역 흑자로 미국 국채를 사주는 대신, 오히려 쥐고 있던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더 소름 돋는 것은 중국의 '금(Gold) 매집'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전 세계의 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만들었듯, 이제 중국은 미국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미친 듯이 금을 사들이고 있다.
자유무역이 제공하는 꿀은 다 빨아먹으면서 정작 그 비용(국채 매입)은 지불하지 않고, 오히려 패권국 미국의 화폐 시스템을 무너뜨리려 하는 중국. 이를 보며 미국은 지독한 회의감에 빠졌다.
"우리가 왜 피 같은 세금을 들여, 적국을 배 불리는 바다를 지켜줘야 하는가?"
배신감을 느낀 미국은 이제 세계의 경찰 역할을 집어치우고 철저한 고립주의(Isolationism)로 향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지구상에서 미국만이 유일하게 에너지(셰일 가스)와 식량을 완벽하게 자급자족할 수 있는 축복받은 땅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바다의 물류가 완전히 마비되어도, 미국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들끼리 먹고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최근 미국이 대만의 TSMC를 압박해 본토에 반도체 공장을 짓게 하고, 죽어가는 자국 조선업을 살리려 발악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자국민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치적 쇼가 아니다.
이것은 세계 무역망이 완전히 단절되는 최악의 고립주의 시대가 왔을 때, 미국 본토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기 위한 철저한 '요새화(Fortress) 세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뜬금없이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미국에 팔아라"라고 제안해 전 세계의 비웃음을 샀던 사건을 기억하는가? 그것은 결코 코미디가 아니었다.
그린란드에는 현대 첨단 무기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막대한 양의 '희토류'가 묻혀 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며 수출을 통제할 때, 미국은 자체적으로 자원을 조달할 완벽한 벙커를 구축하려 했던 것이다. 매트릭스 밖의 자본가들은 이런 뜬금없는 뉴스 이면에서 제국의 섬뜩한 넥스트 스텝을 읽어낸다.
자유무역의 낭만적인 시대는 끝났다.
제국은 더 이상 무상으로 바다를 지켜주지 않으며, 세계는 노골적인 보호무역과 공급망 차단이라는 각자도생의 정글로 변하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을 100%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에 사는 자영업자라면, 이 거대한 지정학적 단층의 붕괴 앞에서 뼈저린 공포를 느껴야 정상이다.
국가가, 혹은 미국이 어떻게든 경제를 살려줄 것이란 순진한 기대는 버려라.
내가 덩치 큰 대형 병원의 환상을 버리고, 외부 인력이나 환경 변화에 타격을 받지 않는 작고 단단한 '1인 특성화 병원'으로 시스템을 요새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아가, 화폐 가치가 붕괴하는 시대에 대비해 금고에 실물 금(Gold)과 달러를 비축하고, 잉여 현금을 끊임없이 미국 주식 etf에 적립식 투자하는 것. 이것은 미국이 본토로 공장을 불러들이고 그린란드의 희토류를 노리는 것과 완벽하게 동일한, 나만의 '생존을 위한 요새화' 전략이다.
환경을 탓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자들은 다가오는 빙하기에 가장 먼저 얼어 죽을 것이다.
제국이 바다를 버리고 문을 걸어 잠그는 지금, 당신은 당신의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완벽한 자급자족의 벙커를 파두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