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당일, 베드에 누워 알라딘의 자스민처럼

by VetStella

유방암 진단에서부터 수술까지, 내 오른쪽 가슴은 검사로 너덜너덜해지고 있다.

이러다간 수술 전에 암세포든, 정상 세포든 한쪽 가슴이 소멸해 버리겠다.

찹쌀떡처럼 짜부시켜서 찍는 mammography는 오른쪽만 30회 정도 찍은 거 같다.

총 생검 조직검사 이후 아물지 않은 상태로 mammography 찍을 때는 눈을 질끈 감고 비명은 참았지만,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그리고 유두 끝에선 유선을 따라 출혈이 보였다. 아... 고문인가.



유방 수술 당일 아침,

초음파실에 누워 수술할 부분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유방을 리도카인 주사로 국소 마취 후

초음파 가이드로 병변에 니들을 삽입해서 제거할 조직을 표시해 둔다.

그리고 병변부에 니들을 끼운 채로 또 짜부 유방촬영(mammography)을 하고 병변에 표식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작은 환자복을 받았는데도 걸을 때마다 바지가 질질 내려가 한 손으로는 수액대 걸이를 끌고 한 손으로는 바지를 움켜쥐고 검사실로 향했다.

보다 못한 다른 유방암 수술을 앞두신 환우분이 머리 고무줄을 하나 풀어 건네주셨다.

유방암 수술 환자는 술 후 머리 관리나 환부 오염을 막기 위해 삐삐처럼 양갈래로 머리를 땋고 수술에 들어간다.

나는 숏컷 머리여서 머리에 고무줄이 없었다. 그런 머리 고무줄이기에 더 받기가 죄송스러워서

"오오 아니에요, 괜찮아요" 손사래를 쳤는데

"나는 고무줄 다시 받고 땋으면 되는데 바지는 내려가면 안 되잖아~." 하며 한쪽을 풀어 주신다.

본인이 아픈데도 왜 남을 챙겨 자꾸...


받아도 되나... 마음 불편하게 고무줄을 받고 바지 한 움큼을 꽁꽁 고무줄로 묶고 검사를 진행했다.

가슴의 몇 번의 따꼼 따꼼으로 검사와 표식은 끝마치고 나오는데

"환자분 베드에 누워서 가실 거예요. 오른쪽 팔을 움직이시면 안 되고 입원병동 가셔서도 수술 전까지 얌전히 누워계셔야 해요. "

"여기에 누워요?!"

오호.... 내가 병원 베드에 누워서 병동을 가로질러 입원병동을 가게 되었다.

기분이 묘하면서도 이동 대기하는 동안 잠도 오고 마음도 편해지고.


한 건장한 이동 주임님이 오셔서 내 베드에 꽂힌 송장(택배처럼)을 보고 내 이름을 확인하신다.

"잠시 눈을 감고 계세요."



우하하하하 너무너무 재밌다.

생각보다 속도도 빠르고 바람이 쉬익-쉬익 내 얼굴을 스치며 가서 정말 상쾌하고 날아다니는 느낌이었다.

마스크 안에 내 입에 미소가 저절로 차오른다.

아이들은 유모차를 타고 세상 구경하는 게 얼마나 즐거울까 생각을 했었다.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에서 선선한 바람을 쐬고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며.


헉-헉-

이동 주임님은 거친 호흡소리를 내셨다.

성인 여자를 태우고 수액을 주렁주렁 단 베드를 혼자서 밀며 1동과 3동 건물을 오고 가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 와중에 너무 감사하게도 콧노래를 흥얼흥얼 불러주셨다.


나는 눈을 감고,

콧노래를 들으며,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양탄자를 타고 나는 알라딘의 자스민처럼.

자스민도 이렇게 황홀했겠지?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멈췄을 때, 눈을 떠보니 이동 주임님은 거친 숨을 가다듬으며 땀을 뻘뻘 흘리고 계셨다.

콧노래를 불러 주신 이동 주임님께 너무 감사하다.

입원과 수술 동안 베드로 몇 번의 이동이 있었는데, 수술 전에 만난 이분은 나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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