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스틴 Jul 27. 2022

내가 전 남자 친구들의 카톡을 차단했던 이유

나의 미래를 그에게 넘겨주지 않을 권리


"그 사람 카톡 사진 봤는데, 새 여자 친구 생겼는지 어디 놀러 갔더라. 참나"

"몇 년 전에 사귀었던 남자 친구가 어제 새벽에 부재중 와있더라, 괜히 심난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연애를 보면,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 행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이제는 '전' 남자 친구가 되어 버린 그 사람의 연락처를 차단하거나, 숨김이든 친구 리스트에든 계속 남겨두거나.

나로 말하자면, 전자다.

사귀던 남자와 헤어졌을 때에도, 썸을 타던 남자와 잘 안되었을 때에도 나는 어김없이 그 사람들을 '차단'해 버렸다. 관계가 밀접했던 경우에는 아무래도 얽혀있던 공간들이 많다 보니, 카톡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모든 소셜 계정에서 나를 찾을 수 없도록 곳곳에서 차단을 하곤 했다.

그에게 있어서 나는 그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 친구로 말하자면, 나와는 완전히 반대다.

그동안 사귀었던 남자 친구들, 썸 타던 사람들, 그리고 소개팅을 했던 사람들까지도 웬만해서는 카톡을 남겨두는 편이다. 그 친구는 최근 썸 타던 사람과 마음 좋지 않게 관계를 끝냈고, 잊으려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 상황에 나를 만났다.


나는 친구에게 눈에서 안 보이는 것이 중요하니 당장 그 사람을 카톡에서 차단을 하라고 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이라고, 카톡 친구 리스트에서 계속 그 사람이 있으면 또 괜히 궁금하게 되고 궁금하다 보면 이것저것 확인해 보다가 '나와는 다르게 이 사람은 잘 지내고 있구나'만 확인하게 되어 더 마음이 울적해지기 때문에, 그럴 요소가 되는 것 자체를 제거하라는 의미였다.


이런 나에게,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냐고.


그래서 나는 또 물었다.

굳이 헤어졌는데 차단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또 나중에 연락이 올 수도 있고,라고 친구는 대답했다.

그 사람에게 연락이 오면 다시 만날 의향이 있는 거냐고 묻자 그건 아니라고 내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시 만날 생각이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라도 그 사람이 연락이 오면 '역시'라며 자존심을 챙길 수 있다고 내 친구는 말했다.


나는 이런 마음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나의 기분과 마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래의 내 마음은 온전히 내 것이어야 하고,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 사람이 연락을 해서 기분이 좋은 것도 그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고, 혹시라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자존심이 다치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또한 그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가.

이미 헤어진 사람에게, 연락이 와도 다시 만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나 스스로 그런 권한을 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혹은 그녀는 그럴 자격이 없다.


더 이상 내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내 삶의, 관계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말자.

내 삶의 중심은 나여야 한다.

이 관계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

지금의 나도 모자라 미래의 나까지 그 사람에게 좌지우지되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