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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Aug 09. 2022

내 마음속 미슐랭, 디종 르 피아노 뀌 퓸

프랑스 와인 미식 여행 2탄: 디종 Le Piano Qui Fume


부르고뉴는 와인과 미식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쟁쟁한 부르고뉴, 그것도 디종에서 미슐랭들과 어깨를 당당히 함께하고 있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바로 '연기 나는 피아노'의 뜻을 가진 르 피아노 뀌 퓸 Le Piano Qui Fume이란 곳이다.

현지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이곳. 사전 예약이 필요하지만, 운이 좋게 빈자리가 있어 착석할 수 있었다.




까브 같은 디자인과 다양한 글라스 와인들, 부르고뉴임이 실감난다


와인의 고장 부르고뉴의 특색을 살려 매장은 마치 까브처럼 디자인이 되어있었다. 병 와인 리스트뿐만 아니라 글라스 와인(Vins Au Verre) 리스트가 다양한 것 역시 특징적이었다. 그래서 메뉴를 각각 고르고 그에 맞는 글라스 와인을 소믈리에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한국의 파인 다이닝에 방문을 했을 때는 소믈리에에게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프랑스에서는 왠지 소믈리에에게 추천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

우리는 런치 코스를 시킬 수도 있었지만, 뭔가 제대로 먹어보고 싶어 애피타이저, 메인, 그리고 디저트를 각각 골랐다.



#기대감에 부푼 애피타이저 시간

마콩 아지 샤도네이로 에피타이저를 즐겨요


Cave d'Aze Macon Aze Blanc 2020

식전주로 추천받은 와인은 마코네즈 아지(Aze) 지역의 마콩 아펠라시옹 샤도네이였다. 페일 옐로 컬러. 입에 침이 고일 정도의 레모나 산미, 프루티, 그리고 약간의 그라스함을 갖춰 식전주로 손색이 없었다.



달팽이가 곁들여진 가지 요리와 파스타가 얹어진 고등어 요리


애피타이저로 달팽이가 곁들여진 가지 요리를 골랐다. 사실 프랑스 폭염으로 인해 제대로 더위를 먹어 속이 편하지 않은 날이었는데, 따뜻한 달팽이와 가지, 쑥 맛이 나는 파슬리가 탈 난 속에 자극 없이 다가왔다.

남편의 애피타이저는 빵 위에 고등어와 파스타면이 얹어진 요리로 아주 담백했다. 보통 해외에서 생선요리를 먹으면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이 고등어 요리는 비리지 않고 담백해 인상적이었다.



#고기와 레드와인으로 양기 보충 

내추럴 레드 와인과 페어링한 육류들. 특히 중탕된 양 어깨살 요리가 인상적이었다


메인 요리는 속이 좋지 않은 우리에게 필요한 양기 보충을 위해 육류로 골랐다. 앵거스 스테이크, 그리고 양 어깨살 요리. 앵거스 스테이크는 딱 아는 맛있는 맛이었는데, 놀라웠던 것은 바로 남편의 양 어깨살 요리였다.

마치 중탕한 양 전골처럼 양 특유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왔고, 맛 또한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풍미가 가득했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콕 집어 말하고 싶은 건, 프랑스 사람들이 얼마나 감자를 맛깔나게 요리하느냐이다.

우리나라 감자는 고구마 파인 나에게 있어 조금은 퍽퍽하고 무맛에 가까운데, 프랑스의 감자는 어찌나 맛이 풍요롭던지. 양 어깨살 요리와 함께 나온 직사각형의 감자는 감자와 치즈를 섞은 것인지 커스터드 같이 굉장히 부드러웠고, 앵거스 스테이크와 함께 나온 따뜻한 감자 샐러드 역시 풍미가 남달랐다. 아마 우리나라 감자 요리도 이렇게 부드럽고 풍미가 있었다면, 나 역시 고구마보다 감자를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Domaine Les Hauts de Riquets Le Mignon 2019

육류 요리와 함께 페어링을 한 와인은 프랑스 남서부 지역의 꼬뜨 드 드라스(Cotes de Dura)의 레드 와인이었다. 맡자마자 내추럴 와인의 뉘앙스가 물씬 났는데 역시나 바이오다이내믹 농법과 유기농 농법으로 제조된 와인이다. 마구간과 특유의 식물성 두유 향이 많이 난다. 그리고 입에 머금으면 내추럴 와인의 탄산감이 느껴진다. 혀가 얼얼하고 얼씨(earthy)한 느낌이다.



#디저트로는 프랑스를 못 이겨요

할머니와 한번도 겪지 않았던 추억조차 만들어내는 그리움의 맛이 담긴 복숭아 디저트


마지막 디저트에서 놀라움은 계속되었다. 복숭아 과육에 복숭아 아이스크림이 얹어진 디저트는 우리나라의 싸구려 캔 황도와 비교도 못할 달콤함과 촉촉함, 그리고 묘한 그리움이 있었다. 남편이 시킨 네 가지 맛 아이스크림은 새콤달콤한 맛들이 인상적이었다. 뭐랄까, 이 디저트들은 분명 위장에 좋지 않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먹고 나서 위장이 나은 느낌이 들었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맛과 너무나 친절한 무슈의 서비스.

프랑스에서 먹은 음식 중 단연코 제일 맛있었고, 그리고 마음 편안할 정도로 친절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계산을 하기 전 부리나케 나와 남편은 파파고에 '프랑스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따뜻한 환대 정말 감사드립니다'라는 문장을 써서 프랑스어로 번역해 무슈께 보여드렸다.

그의 반응은 굉장히 겸손했고 또 신사적이었다.

만약 프랑스에 또 가서 한 곳만 갈 수 있다고 한다면, 주저 않고 부르고뉴 디종으로 달려가 Le Piano Qui Fume의 문을 열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나에게 레스토랑 한 곳에 미슐랭 1 스타를 선사하라고 하면 주저 없이 또 이곳일 것이다.

비록 미슐랭 스타는 없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의 마음속에 미슐랭은 바로 이곳이다.

이곳이 미슐랭이 아니면 그 어떤 곳이 미슐랭일까.

디종의 이 친절하고도 맛있는 레스토랑을 모두가 경험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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